[시드니올림픽] 태릉선수촌 '르포 25시'
기사입력 2000년 03월 20일 23시 50분
동이 트기도 전인 새벽 6시.
국가대표 선수들의 훈련의 총본산인 태릉선수촌의 대운동장은 여느 시장바닥처럼 시끌벅적하다.
숙소에서 잠자리를 박차고 뛰쳐나온 선수들이 러닝을 하면서 질러대는 함성과 거친 호흡소리, 그리고 여자 체조선수들의 율동에 맞춰 에어로빅을 할때 나는 발자국 소리가 선수촌의 고요함을 여지없이 깨버린다.
시드니올림픽까지 21일로 D－178.
길다고 생각하면 긴 시간이기도 하지만 오로지 금메달을 목표로 하고 있는 이들에게는 잠시도 옆을 돌아볼 겨를이 없는 각박한 시간의 연속이다.
태극마크를 달고 있다는 긍지 하나로 사는 것이 대표선수들이기는 하지만 한편으론 “꼭 해내야 한다”는 책임감과 이로 인한 정신적인 중압감이 언제나 이들을 사로잡는다.
현재 태릉에서 시드니올림픽에 대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선수들은 15개 종목의 307명.
‘지옥훈련'이라면 두번째 가라면 서러워할 레슬링을 비롯해 야간훈련이 전문인 수영, 그리고 펜싱, 태권도, 복싱, 핸드볼, 여자하키, 여자농구, 탁구, 배드민턴, 역도, 체조, 유도, 사격, 육상………….
이들의 공식 일과는 새벽 6시부터 저녁 6시까지 12시간.
기상과 함께 대운동장에서 펼치는 1시간 동안의 체력훈련으로 몸과 마음의 준비자세를 가다듬고 밥과 국이 주메뉴인 간단한 아침식사를 마친뒤 9시30분부터 12시까지 각 종목별로 배정된 체육관에 흩어져 기초전술을 반복해 오전훈련을 마친다.
이어 빵과 스테이크, 샐러드 등의 고단백 식품으로 점심을 마치고는 2시30부터 3시간30분 동안 모든 종목선수들이 경기장에서와 똑같은 방식의 실전훈련으로 시드니에서의 ‘금맥'에 도전하는 것으로 힘겨운 하루의 훈련일정이 끝난다.
숨을 쉬기도 어려울 만큼 고된 훈련의 연속이지만 태극마크를 달고 있다는 긍지 하나로 모든 것을 이겨내는 대표선수들.
그들에게 있어 태릉선수촌은 이들의 치열한 ‘삶의 현장'이기도 하다.
[김석현 기자 powerki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