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기업협회장 이금룡 '한국이 세계 지배할 가장 좋은 찬스'
기사입력 2000년 03월 20일 17시 17분
인터넷기업협회 이금룡회장
지난 3일 서울 테헤란벨리에서는 조용한 사건이 일어났다. 구심점 없이 `
각자 플레이'만을 되풀이하던 인터넷 업체들이 처음으로 협회를 만든 것.
한국 인터넷 기업협회의 초대 회장으로는 경매업체 옥션의 이금룡대표(49)
가 추대됐다. 이회장으로부터 인터넷 업계 전반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본
다.
－국내 최초의 인터넷 협회인데.
▲보통 무슨 협회라고 하면 정부기관의 주도하에 생겨난 게 대부분이다.
그러나 인터넷 협회만큼은 기업들의 필요에 의해 자생적으로 생겨난 단체
다. 그만큼 자발적인 움직임이 많을 것이다. 21세기를 맞아 모든 사람들
이 인터넷이 세상을 주도한다고 한다. 사회, 경제적으로도 이제는 인터넷
이라는 패러다임을 빼놓고는 이야기가 안 된다. 인터넷 협회는 바로 그 중
심으로 자리매김을 하고 바람직한 방향을 잡아나가고자 하는 기업인들의 단
체다.
－한국 인터넷 산업의 규모가 과연 어느 정도라고 판단하나.
▲정확한 통계자료는 없지만 업체수가 1000개, 관련 분야까지 포함하면
2000~5000개까지도 된다고 본다. `인터넷'자를 달고 있어도 구체적으로는
50개 업태로 나눌 수 있다.
－협회가 중점을 두는 사항은.
▲크게 두가지가 있다. 첫번째는 업계를 둘러싼 제반 여건들을 차근차근
정비해 나가는 것이다. 인터넷 기업들이 워낙 급속하게 많이 생겨나고 빨
리 발전하는 바람에 그동안 생겨난 문제점들, 이를테면 법적용이나 조세제
도 등 여러 부문이 아직 정리되지 않았다. 협회는 바로 정부기관과 협조
해 이런 점들에 대한 질서를 만들어 가고자 한다. 두번째는 인터넷 세계화
에 관한 건이다.
－구체적인 해외진출 계획이 있나.
▲우리의 인터넷 산업은 자타가 공인하듯 미국에 이어 세계 2번째다. 만
주벌판을 달렸던 그 시대 이후 우리 민족이 세계를 지배할 가장 좋은 기회
가 찾아왔다고 생각한다. 능률협회와 함께 이미 지난 2월 동남아 일부국가
를 돌며 `인터월드 코리아' 행사를 가졌다. 또 4월3일 LA를 시작으로 싱가
폴, 독일, 영국, 호주, 이탈리아 등 전세계 26여개국을 돌며 인터월드 코리
아 행사를 갖겠다. 아마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그리고 이제까지는 해외
진출을 원하는 업체가 있어도 자금유치가 어렵거나 국가별로 정부의 어느
기관과 이야기를 해야하는지 혼선이 많았다. 협회는 이런 점들을 종합해
명실상부한 한국 인터넷 기업의 구심점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그밖의 사업계획은.
▲이제까지는 한국 인터넷 산업에 대해 변변한 자료 하나 없었던 게 사실
이다. 그래서 5월 발표를 목표로 `한국 인터넷 백서'를 만들고 있다. 보
안 산업이나 정보 유출 등 인터넷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에도 중점을 두겠
다.
－사업 발전에 비해 각 업체의 사회적인 역할이나 CEO(최고 경영자)들의
행동이 못 미친다는 시각이 있는데.
▲물론 인터넷 기업들도 큰 돈을 벌면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 또 대부분
CEO들은 기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있다. 그러나 이에앞서 인터넷 기업
들의 부(富)와 기부문화에 대해 말하고 싶다. 인터넷 기업들이 축적한 부
는 `청부(淸富·깨끗한 부)'다. 대부분은 IMF 등을 거치며 엄청난 고초를
겪었고 커다란 리스크나 자기 희생, 아이디어 위에서 부를 쌓아나간 것이
다. 그러나 기존의 기부문화는 어떠했는가. 정당치 못한 방법으로 벌어들
인 검은 돈을 반강제적으로 뺏어가는 형태 아니었는가. 이 문제에 대해서
는 사회의 이해가 필요하다.
－인터넷 업계도 재편 시기가 됐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빠르면 7,8월부터 인터넷 업계의 `옥석'이 가려지지 않겠는가. 이제부
터는 인터넷 업계에서 2등은 살아남을 수 없다고 본다. 이미 대부분 분야
에서 1,2위간의 격차가 커지고 있다.
－전망은.
▲나름대로 인터넷 산업에 대해 이론을 정리해봤다. `고통 시기
(Patience Period)'와 `인터넷 진화론'이란 것이다. 우선 인터넷 산업은
초기 어느 정도 기간에는 아무리 자본을 투입해도 매출이 크게 늘어나지 않
는 경향이 있다. 그러다 일정의 계기를 맞으며 폭발적인 성장(빅 뱅)을 하
게 되는 추세다. 초반 기간을 얼마나 짧게하고 잘 견디느냐가 중요하다.
또 인터넷 진화론이란 말 그대로 인터넷 산업 자체의 역동성을 표현한 것이
다. 인터넷 산업도 역시 너무 많은 변수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가장 중
요한 것은 바로 CEO의 역할이다. 인터넷적인 마인드와 전략을 갖춘 CEO만
이 살아남을 수 있다.
－대기업의 참가에 대해서는.
▲오프라인 업체의 참가가 늘수록 그만큼 온라인 업체의 사업기회가 늘어
나 좋다. 대기업이 인터넷을 완전히 장악한다는 것도 어려움이 많다. 여
기는 그야말로 `벤처'다. 대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것은 인터넷에 뛰어들만
한 마인드의 문제이고 단순히 인력 누출을 방지하자는 측면이나 트랜드를
따라잡자는 의도로서는 기존 업체의 사업 카테고리를 무너뜨리기는 어려울
것이다. 또 풍부한 자금을 바탕으로 투자로서 인터넷 기업들을 묶을 수는
있어도 특정 기업이 인터넷 몇개 분야에서 동시에 성공하기란 어려울 것이
다. 인터넷에서는 `1기업=1사업'이 공식처럼 돼 있다.
[정리=전동희 기자 cancel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