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성인-강혁 '4강전 자존심 결투'
기사입력 2000년 03월 20일 14시 36분
서로의 얼굴을 정면으로 쳐다보는 법이 없다.
SK 나이츠의 황성인(24．1m80)과 삼성 썬더스의 강 혁(24．1m88)이 4강 플레이오프에서 치열한 자존심 싸움을 벌이고 있다.
두 새내기 포인트가드의 과감한 돌파와 가뭄에 단비처럼 터뜨리는 3점슛은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 황성인이 허리와 어깨, 강 혁이 왼쪽 팔꿈치를 다친 것도 엇비슷한 조건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포인트가드를 맡은 황성인이 슈팅가드서 포인트가드로 잠시 전업한 강 혁보다 시야가 넓고 게임리딩이 노련하다. 1차전은 11득점 3어시스트를 올린 황성인의 판정승.
정규리그 신인상을 놓친 뒤 절치부심한 황성인은 팀내 베스트 5가운데 컨디션이 가장 좋다. 휴가내내 숙소에 머물며 슈팅훈련과 웨이트트레이닝으로 몸을 만들어 온 것.
화려한 맛은 덜하지만 골밑의 서장훈과 존스, 날개 역할을 하는 조상현에게 면돗날 패스를 찔러줘 내외곽에 매끄럽게 기름칠을 했다.
황성인은 슈팅가드 때의 버릇이 남아있는 강 혁이 리바운드를 잡으러 골밑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존스의 아웃렛패스를 받아 속공 레이업을 얹는 기지를 발휘하기도 했다.
강 혁은 1차전만 생각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정도로 아쉽다.
12득점 6어시스트 5리바운드로 개인 기록은 앞섰지만 2쿼터서 4반칙에 걸려 스스로 족쇄를 차는 바람에 팀이 25점차로 크게 지는 빌미를 제공한 것.
더이상 밀릴 수 없다는 절박한 처지에 몰린 강 혁은 6강전에서의 선전을 떠올리며 독기를 잔뜩 품고 있다.
김동광 감독도 오른쪽 발목을 다친 뒤 경기감각이 떨어진 주희정 대신 강 혁 카드로 밀어붙일 생각이다.
대학시절(황성인-연세대, 강 혁-경희대)부터 라이벌이었던 이들의 손놀림에 따라 팀의 운명이 걸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청주＝김미연 기자 ibiz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