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카사노바] 가짜 재미교포 사업가 (19)
기사입력 2000년 03월 19일 15시 45분
김숙경과 윤미혜는 대답을 못하는 강성수를 다그쳤다. 강성수는 슬금슬금 꽁무니를 뺐다.
그때 윤미혜가 다가서며 강성수의 팔을 잡고 "우리는 결혼할 사이예요. 그런데 댁은 누구시죠?"했다.
김숙경은 억장이 무너지는 심정이었다. "뭐라구요. 이 사무실 내 돈으로 차린 거예요. 나하고 결혼할거라구요!"하고 맞섰다.
윤미혜는 강성수의 멱살을 움켜쥐고 "이 도둑놈!"하고 악을 썼고 김숙경도 달라들어 강성수를 잡아흔들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댔다.
결국 강성수는 두 여자에 의해 경찰서로 잡혀갔다.
경찰 조사가 시작되면서 강성수의 화려한 전력이 하나하나 들어났다. 사기, 폭력, 도박, 혼인빙자 간음 등 전과 13범.
강성수의 수첩에는 여자들의 전화번호가 16개나 나왔다. 경찰은 이들에게 모두 전화를 걸어 확인했는데 그중 절반인 8명이 당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의 말이다.
"모두 과부들이어서 처녀들과 달리 시인하는 사람이 많은 편이었습니다. 처녀들은 혼사길 막힐까봐 전혀 모르는 사이라고 잡아 떼거든요. 그러나 과부들은 달라요. 자녀들에게 들킬까봐 두려워 하는 사람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시인하고 수사에 협조해줍니다."
피해를 시인한 여성들은 모두 재미교포사업가라는 말에 속았으며 강성수에게 준 돈이 무려 3억8000만원에 달했다.
경찰 조사에서 강성수의 일대기도 드러났다.
그는 시골에서 고교를 다녔는데 공부도 잘하고 주먹도 잘 썼고 의협심도 강했다. 그래서 교내에서 인기가 꽤 좋았다.
어느날 학교 친구 하나가 다른 학교 학생들에게 몰매를 맞는 것을 보고 달려들어 주먹을 마구 휘둘렀는데 그중 한명이 중태에 빠져 버렸다. 이 바람에 소년원을 다녀왔고 학교에서 퇴학을 당하고 집에서 쫓겨나다시피 가출했다.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전전긍긍하다 소년원에서 사귄 친구를 만나 경기도 포천 기지촌으로 들어가 팸프 생활을 했다. 미군 주머니에서 지갑을 소매치기하다 들켜 실컷 두들겨맞고 쫓겨났다.
그뒤 서울로 가 조직폭력에 가담, 패싸움을 하다 잡혀 교도소를 다녀왔다.
"바르게 살려고 무척이나 노력했습니다. 일자리를 구할 수가 없어서 노동일, 식당 음식 배달 등 안해본게 거의 없어요. 장사도 여러가지 해보았지만 도무지 되지가 않았습니다. 가족을 먹여 살릴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사기를 치는 등 못된 짓만 골라서 하면서 교도소 단골이 돼 버렸다.
강성수가 카사노바가 된 것은 그림 사기로 교도소에 들어간 것이 계기였다. 거기서 카사노바를 만났다.
강성수는 서울 인사동 화랑가에서 그림 중간상을 하고 있었다. 싼 물건이 나오면 `호구' 하나 잡아 적당히 바가지를 씌워 팔거나 다른 화랑으로 넘기곤 했는데 이문은 괜찮은 편이었다. 그런데 불경기가 닥쳐 그림이 팔리지가 않았다. 집은 이사해야 되는데 장사는 안되고, 그래서 그림 판돈을 주인에게 돌려주지 않고 떼어먹었다가 교도소에 들어갔던 것이다.
그렇게 들어간 교도소에서 개과천선하기는 커녕 카사노바로부터 수법을 낱낱이 전수받고 나와 실행에 옮겼던 것이다.
"여자들은 재미교포 사업가라고만 하면 술술 넘어가더군요. 미국 얘기만 나오면 뭐 그리 궁금한게 많은지 일어설줄 모르고 질문공세를 퍼붓는답니다."
그는 그때마다 팸프생활을 하면서 미군들로부터 들었던 얘기들을 토대로 거짓말을 늘어놓았고 여자들은 그대로 넘어갔다.
그리고 강성수는 여자를 헌팅할때 상대의 직업에 맞는 사전 지식을 갖췄다. 시내 중심가의 대형서점에 들러 해당 서적을 펼쳐들고 필요한 지식을 익혀뒀던 것이다.
강성수는 결국 여자달로부터 뜯어낸 돈으로 마련한 내집마저 빼앗긴채 다시 교도소로 들어갔다.
[이번회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