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승 '방망이감 잡았다'
기사입력 2000년 03월 19일 14시 10분
"감 잡았어."
침묵을 지키던 롯데 박현승(28)의 방망이에 신바람이 실렸다.
언제 그랬냐는 듯 정신없이 장타를 뿜어댄다. 18일 삼성전서 2루타만 2개 뽑았다. 그중 하나는 겨우 한뼘 차이로 담장을 못 넘어간 `큰놈'이었다.
조경환 김민재 손인호 등 기대주들의 방망이가 연일 헛돌고 있는 마당에 터진 폭죽같은 안타라서 그런지 김명성 감독의 입이 함지박만하게 쩍 벌어졌다.
사실 박현승의 방망이도 별반 다를 게 없었다. 지난 16일까지의 타율이 8푼3리(12타수 1안타). 김감독의 입에서 단내가 다 날 지경이었다.
17일 LG전서 3루타 하나 건진 게 그나마 천만다행이었다. 박현승은 LG전이 끝난 뒤 귀가를 포기했다.
동료들과 함께 특타로 `감잡기'에 열을 올리다가 그것도 모자라 오후 5시가 지나면서는 아예 혼자 그라운드에 남았다. 정현발 타격코치와 머리를 맞대가며 방망이를 휘두르고, 또 휘둘렀다.
"그날 타격폼을 약간 바꿨습니다. 스윙을 하기전에 왼쪽 어깨가 너무 많이 돌아가는 걸 잡았죠. 어깨를 덜 돌리니 시야가 많이 확보되면서 공이 제대로 보이더라구요."
결국 어둑어둑해져 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용을 쓰다가 갔다. 손바닥은 이미 여기저기 거북등처럼 떡떡 갈라져 엉망이 돼 있었다. 그 투혼이 바로 2개의 2루타로 이어진 것이다.
박현승의 되살아난 타격감각에 기분이 좋아친 코칭스태프들은 "올시즌 내내 손바닥이 갈라져 있어야겠다"며 험한 농담까지 던졌다.
[부산＝최재성 기자 kkach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