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도날드 신언식 사장, 후원행사위해 주방일 맡아
기사입력 2000년 03월 17일 15시 07분
한국맥도날드(㈜신맥)의 신언식 사장(42)은 툭하면 아무 매장이나 불시방문한다.
종업원들을 놀래주려고 그러는 게 아니다. 현장감각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다.
손님이 몰려들어 일손이 바쁘면 단 1초도 망설이지 않고 앞치마를 두른다. 그리곤 주방으로 달려간다. 종업원들은 신 사장의 앞치마를 신기하게 보지도 않는다. 이미 한두 번 보는 광경이 아니니까.
신 사장은 주방에서 고기도 굽고 감자도 튀긴다. 특히 "치즈버거와 감자튀김은 사내최고의 솜씨"라고 자랑한다.
일부 직원들이 "앞치마는 그만 두르라"고 말려도 막무가내다.
`불고기 버거' 등 몇몇 한국화된 제품은 신 사장이 주방을 들락거리며 얻어낸 아이디어기도 하다.
신 사장은 18일 그동안 갈고 닦은 솜씨를 발휘, 서울 아트선재센터 1층 레스토랑에서 직접 햄버거를 만들어 판다. 점심 때는 일반인을, 저녁 때는 초청자를 대상으로 `한 상' 차려낼 계획이다.
사연이 있다. 평소 친분이 있는 아트선재센터 부관장인 김선정씨(36)가 "영화감독 변영주씨의 세번째 영화 `숨결' 후원행사를 하는데 마땅한 `꺼리'가 없다"며 "`햄버거 장사'나 한번 해보자"고 등을 떠밀었다.
신 사장은 즉석에서 쾌락했다. 그동안 갈고닦은 `주방장 솜씨'를 뽐내보고 싶었다. 게다가 그는 왕년의 명배우 신영균씨의 외아들로 `준 영화인'이나 다름없는 처지.
그래서 초청자들도 영화배우 안성기 박중훈 등 영화계 인사들이 대부분이다.
"저녁 때는 후원자들에게 `바가지'를 쒸울 참입니다. 1300원 짜리 햄버거를 5만원에 팔 생각이죠."
신 사장은 요즘 매일 서울 공평동 본사 매장에서 앞치마를 두르고 고기 굽는 연습을 하고 있다.
[이승호 기자 letitb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