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4강 탈락… 젊은피 수혈 실패
기사입력 2000년 03월 16일 14시 15분
`농구 명가' 기아 엔터프라이즈가 6강 플레이오프에서 탈락했다.
아마 농구대잔치 7회 우승, 프로농구 원년 챔피언 등 10년 넘게 정상을 달린 기아의 몰락은 올시즌 최대 이변이 아닐 수 없다.
기아가 참담한 성적표를 남긴 데는 우선 세대교체 실패가 원인으로 꼽힌다.
허 재 김유택 강동희 등을 보유했던 스타군단 기아는 96년 김영만의 입단 이후 이렇다 할 스타플레이어의 영입이 없었다.
프로농구가 출범한 97년부터는 하위팀에게 우선지명권을 주는 신인 드래프트 제도 때문에 상위를 맴돈 기아로서는 새롭게 팀을 이끌 `젊은 피' 수혈에 실패했던 것.
서른줄에 들어선 고참들로 게임을 꾸려다가다 보니 장기 레이스에서 체력 한계에 부딪혔고 팀전력의 기복이 심했다.
주전들의 잇딴 부상도 뼈아팠다. 김영만이 시즌 초반 15게임을 빠졌고 강동희는 허리를 다쳐 7경기를 쉬었다. 외국인 센터 저머니와 정인교도 한달 이상 코트를 떠나 있었다. `베스트5'가 `돌림병'에 걸린 것처럼 차례로 쓰러지면서 기아는 `잇몸'으로 근근히 버텨야 했다. 기아 박수교 감독은 주위로부터 "참 운이 없다"는 얘기를 들을 정도였다.
`한해 농사를 좌우한다'는 용병도 수준이하였다. 공격 루트가 단조롭고 외곽슛이 없는 저머니와 와센버그의 기량이 떨어졌고 약점 투성이여서 상대팀의 `밥'일 때가 많았다.
한번 내준 정상의 자리는 쉽게 되찾을 수 없다는게 농구계의 정설이다. 80년대 중반 국내농구를 양분하던 현대와 삼성은 기아에 치여 10년 넘게 고전하다 최근에야 비로소 옛 영화를 재연하고 있다. 기아 역시 이 전철을 밟을 공산이 크다.
하지만 오프시즌서 우수 외국인 선수 선발, 트레이드를 통한 선수 보강 등으로 위기를 기회로 바꾼다면 기아의 저력은 단기간에 다시 발휘될 수도 있다.
[김종석 기자 jski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