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유의 `미친 키스' 유시어터서 앙코르 공연
기사입력 2000년 03월 15일 14시 30분
집착할수록 더 공허해지는 이유는 뭘까? 접촉할수록 더 허망해지는 까닭은 또 무엇일까?
자기의 내면에 갇혀 진정한 소통을 못하는 현대인들. 서로를 갈구하면서도 가까워지지 못하는 인간군상을 파격적인 무대에 담은 극단 유의 `미친 키스'(조광화 작,연출)가 유시어터에서 앙코르 공연되고 있다.
98년 예술의전당에서 초연됐던 `미친 키스'는 파격적인 내용과 도발적인 주제로 호평받았던 작품. 이번 앙코르무대는 초연의 기본 구성은 유지하면서 몇가지 점을 바꿔 새롭게 업그레이드됐다.
어눌한듯 하면서도 객석장악력이 뛰어난 이남희가 초연에 이어 주인공 장정을 맡고 있지만 나머지 배역은 전원교체됐다. `지하철 1호선'의 `선녀'로 낯익은 여세진이 장정의 애인 신희로 나오고, 중견 박용수와 정수영이 위기의 중년부부 인호와 영애를 맡아 팽팽한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주인공 장정은 신희가 떠나려하자 괴로워한다. 그러면서 유부녀 영애와 의미없는 불륜을 일삼는다. 반면 아내 영애와 소원한 관계인 인호는 신희에게 집착한다. 그러면서 장정의 동생인 은정과 원조교제를 한다.
다섯명의 인물이 개별적으로 맺는 관계는 하나의 사슬처럼 연결돼 있다. 그 사슬은 애정과 집착이 뒤범벅된 모순의 고리다. 일방적인 집착, 무의미한 유희, 권태로부터의 도피 등.
타인에 대한 탐닉을 묘사하는 매개체는 섹스다. 은은한 조명과 하얀 천으로 뒤덮인 무대에서 펼쳐지는 선정적인 장면은 초연때보다 훨씬 선명해졌다.
연출가 조광화는 "상호작용하지 못하는 인간관계, 서로를 소외시키고 있는 요즘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한다. 애인과 정부로부터 버림받은 장정이 자기 몸에 키스를 퍼붓는 마지막 장면은 여전히 인상적이다.
4월23일까지. (02)3444-0651 [김형중 기자 h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