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혁 '화이트데이 괴담'
기사입력 2000년 03월 15일 12시 27분
삼성농구단의 `떠오르는 샛별' 강 혁(24)이 화이트데이 때문에 고난을 겪었다.
플레이오프 3차전을 치르는 동안 최고 수훈 선수로 꼽히는 강 혁은 문경은 주희정 등을 제치고 최대의 오빠부대를 거느리고 있다.
부산의 삼성 서포터스 `삼성의 결점까지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에서 사직체육관에 내건 유일한 얼굴 포스터가 강 혁의 것이라는 사실이 최근의 상종가를 고스란히 반영하는 물증.
그러나 화이트데이였던 14일 강 혁은 인기 때문에 구단버스를 놓쳐 스케줄에도 없는 러닝을 해야 했다. 그것도 두손에 물건을 잔뜩 들고.
삼성선수들은 훈련이 끝난 뒤 숙소에 돌아가기 위해 모두 버스에 올랐다. 혹시 화장실에 들른 사람이라도 탈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시간이 흐른 뒤 버스는 출발했다.
체육관을 빠져나온 버스가 대로변에 나왔을 무렵, 누군가 소리쳤다.
"어! 혁이가 없네."
이민형 코치가 깜짝 놀라 점검하니 진짜로 강 혁이 없는 게 아닌가. 대형버스를 U턴 시킬 수도 없어 전전긍긍하고 있을 때 뒷자리에서 합창으로 새 소식을 전했다.
"저∼기 혁이가 뛰어와요."
조금 뒤 문이 열리고 버스에 오른 강 혁의 두 손에는 케익에서 꽃다발, 종이학, 빵에 이르기까지 선물꾸러미가 잔뜩 들려있었다. 마치 눈썰매를 타고 마을로 들어가는 산타클로스할아버지처럼.
강 혁의 치솟는 인기는 `남자가 사랑하는 여자에게 사탕을 건넨다'는 화이트데이의 기본 룰까지 거꾸로 뒤집게 만든 셈이다.
[부산＝김승우 기자 swki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