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택, PO서 마지막 불꽃
기사입력 2000년 03월 15일 12시 23분
기아 엔터프라이즈의 `황새' 김유택(37)은 평소 사우나에 가면 샤워만 하고 나온다.
온탕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않는다.
그런 김유택이 요즘은 매일 부산 숙소인 크라운호텔 사우나에 들러 온탕에 30분 이상 몸을 푹 담그고 있다. 한게임 뛰고 나면 온몸이 쑤셔 근육을 풀기 위해 어쩔 수 없었다.
플레잉 코치 김유택은 프로농구 등록선수 가운데 최고령이다. 올시즌이 끝나면 정들었던 유니폼을 벗고 지도자의 길로 나선다.
고별무대에 오른 김유택은 삼성과의 6강 플레이오프서 마지막 불꽃을 태우고 있다. 팀이 2연패에 빠지면서 김유택의 은퇴는 `초읽기'에 들어갔다. 패배하는 날이 바로 은퇴일이 된 것이다.
13일 부산에서 열린 3차전서 김유택은 절박한 심정으로 뛰었다. 설상가상으로 외국인 센터 저머니가 1쿼터에 일찌감치 파울 트러블에 걸리는 바람에 그의 어깨는 더욱 무거웠다.
그러나 김유택은 이날 은퇴는 아직 멀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었던지 불같은 투혼을 발휘했다. 11분37초를 뛰며 9득점 2리바운드를 올리며 기아가 88대79로 승리를 거두는데 주춧돌을 마련했다. 특히 야투성공률 100%(4/4)로 전성기 못지 않은 기량을 펼쳤다는 찬사를 들었다. 또 악착같은 수비로 삼성 싱글턴의 진을 다 빼놨다.
기아 박수교 감독은 "김유택은 플레이오프의 사나이"라며 "1년 더 뛰라고 요청하고 싶을 정도로 잘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촛불은 꺼지기 직전에 가장 밝게 타오른다고 한다. 김유택이 바로 그랬다.
[부산＝김종석 기자 jski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