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권의야구야그] 문화적으로 '미국선수'돼야 대성
기사입력 2000년 03월 15일 12시 18분
`체구에 걸맞은 엄청난 비거리를 뽐내고 있으며 타구를 외야 곳곳에 뿌려대는 스프레이 히터다.' (99년 12월, 베이스볼 아메리카)
`좌타자로 투수들을 아주 침착하게 다룰뿐만 아니라 타석에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는 영리한 선수다.' (2000년 1월, 베이스볼 위클리)
`단순한 슬러거가 아니라 타율도 좋고 선구안도 뛰어나며 스피드 또한 준수하다. '(2000 2월, 스카우팅 노트북)
`웃음을 잃지 않고 적극적으로 영어를 배우려는 자세를 보이고 있어 미국생활에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 (2000년 3월, 시카고트리뷴)
광주일고를 거쳐 고려대 2학년이던 지난해 3월 120만달러의 계약금을 받고 미국프로야구 시카고 커브스에 전격 입단한 최희섭(崔熙涉)에 대한 미국 언론의 칭찬이다. 최희섭은 데뷔 첫해인 지난해 비자문제로 스프링캠프에 참가하지 못했지만 싱글 A인 랜싱 러그너츠에서 1루수로 뛰며 타율 3할2푼1리에 홈런 18개, 타점 70개를 기록하며 주목을 모았다.
그 최희섭(21)이 동양인 타자로는 최초로 14일(한국시간) 애리조나 피오리아구장에서 벌어진 메이저리그 공식경기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시범경기에 출전했다. 7회말 1루수 대수비로 출전한 최희섭은 8회초 8번타자로 나서 도미니카공화국 출신의 투수 알만자(27)를 상대로 볼카운트 2－2에서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지만 9회말까지 1루수 자리를 지켰다.
비록 시범경기이고 한타석이지만 최희섭의 이날 공식경기 첫 출전은 한국야구에 큰 의미를 준다. 빅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박찬호 조진호 김병현 등이 모두 투수인데 비해 최희섭은 타자라는 점에서 한국타자의 빅리거 도전의 출발로 볼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동양인 타자의 빅리그 진출은 넘을 수 없는 높은 벽으로 치부돼 왔기에 그의 출전이 우리의 관심을 집중시킨 것이다.
최희섭은 그동안 `시카고의 최고 유망주'로 불리면서 같은 좌타자인 간판타자 마크 그레이스(36．1루수)의 뒤를 이을 차세대 주자로 꼽혀왔다. 1m95, 108㎏의 최희섭은 체격에서도 미국선수에 뒤지지 않는데다 고교시절 길거리농구대회에서 우승할 정도로 스피드와 유연성도 뛰어나며, 비교적 빨리 미국야구에 뛰어던 만큼 우리들에게 큰 기대를 갖게한다. 그러나 타자 최희섭이 동양인 최초의 메이저리거로 대성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신과의 피나는 싸움에서 이겨야하지만 문화적으로 `미국선수'가 되는 것도 중요하다.
[부국장 joygu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