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카사노바] 가짜 재미교포 사업가 (15)
기사입력 2000년 03월 14일 15시 21분
일요일 오후 강성수는 윤미혜를 불러냈다. 강성수가 방을 얻어놓고 지내는 강남의 특급호텔 커피숍에서 만났다.
"윤여사님, 혹시 애버랜드라는 곳을 가보신 일이 있습니까?"
"말만 들었지 한번도 못 가봤어요. 틈이 있어야지요."
"고국에 다녀온 사람들로부터 얘기를 많이 들어봤는데 좋다고 하더군요. 오늘 거기 구경가는게 어떨까요?"
이래서 둘은 강성수가 빌려놓은 외제 승용차를 타고 애버랜드로 향했다. 여름 휴가철이지만 모두들 바다로 나갔는지 도로는 비교적 원활하게 소통됐다.
그러나 애버랜드에 도착하자 많은 사람들이 와 있었다. 애버랜드에 워터파크가 생겨 사람들이 몰린 것이다.
땡볕에 땀이 흘러내렸지만 서로의 체면 때문에 워터파크는 피하고 놀이시설쪽으로 갔다. 청룡열차와 바이킹 등 놀이시설을 타는 사람들의 모습이 시원해보였다.
"우리 동심으로 돌아가 저걸 좀 타보는게 어떨까요?"
"어머, 무서워요."
"아마 시원할 겁니다."
회전목마부터 탔다. 한가롭게 돌아가는 회전목마에 나란히 올라 앉아 가벼운 대화를 나누며 타는 재미가 괜찮았다.
다음은 바이킹. 보기에는 쉬울 것 같아 올라타고 보니 몸이 쏟아져 내릴 것은 공포감에 윤미혜는 견디기 어려웠다. 끝내 윤미혜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나왔고 결국엔 강성수의 어깨에 얼굴을 파묻었다.
윤미혜는 이제 강성수를 보호자로 인정하고 있는 셈이다. 강성수로서는 흐믓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한손으로 윤미혜의 어깨를 감싸안고 "조금만 참으세요. 곧 끝날 겁니다"하고 안심시켰다.
둘은 바이킹에서 내려 카페로 들어가 시원한 음료를 마시며 얘기를 나눴다.
"윤여사님, 혹시 신앙 가지고 계십니까?"
"그럴 겨를이 없었어요. 장사에 쫓기다 보니, 그런데 강회장님은요?"
"전에 성당에 조금 다니기는 했지만 사업 때문에 바빠서 못 나간지 오래됐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왠 신앙은 물으세요?"
"안성에 김대건 신부 유해가 모셔져 있다는 성지가 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거든요. 여기서 멀지 않다면 한번 가보고 싶습니다."
이래서 둘은 안성 미리내 성지로 향했다. 물어물어 찾아갔는데 성지는 꽤 널찍했고 천주교 박해때 신자들이 모여 살던 곳이라는 안내문이 걸려있고 김대건 신부 묘역과 예수 수난 14처상, 겟세마니 동산 등이 건립돼 있었다.
"안드레아 김대건 신부님은 소년시절 다른 소년 두명과 함께 마카오로 건너가 신부가 되기 위한 수업을 쌓으셨지요. 워낙 총명해 프랑스어, 중국어 등 외국어를 통달하셨답니다. 그때 부친이 처형 당했는데 밀고한 사람이 신부님의 매형이었대요. 결국 그 역시 처형당했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윤미혜로서는 강성수가 그렇게 박식해 보일 수가 없었다. 강성수는 성지를 거닐며 슬며시 윤미혜의 손을 잡았다. "어머!" 깜짝 놀란 윤미혜가 손을 빼려 했으나 강성수는 윤미혜를 향해 빙긋이 웃으며 손을 더 꼭 쥐었다. 윤미혜는 뭔가에 들킨 소녀처럼 얼굴을 붉히며 손을 빼려던 동작을 멈췄다.
이래서 둘은 손을 잡고 성지를 거닐었다. 누가 보아도 다정한 부부였다. 어느덧 해가 기울어가고 있었다.
성지를 나와 상경하는데 휴일 나들이에 나섰던 차량들이 몰려 꽤나 밀렸다. 그래서 샛길로 이리저리 돌다 보니 수원으로 나오게 됐다.
"여기서 저녁을 먹고 시간을 보내다 차가 빠지면 올라가는게 어떨까요?"
강성수의 제의로 둘은 갈비집으로 들어갔다.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