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와 소녀의 숨가쁜 심리전 영화 '진실게임'
기사입력 2000년 03월 14일 15시 21분
인기 가수가 싸늘한 시체로 발견되고 팬클럽 회장인 한다혜(하지원)가 살인범으로 자수를 한다.
`결론'이 명확한 상황인데 조검사(안성기) 한명만이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아니다. 권력지향적인 조검사는 이 사건을 출세의 기회로 삼는다. `진실'을 밝히기 위한 조검사와 17세 소녀의 `게임'은 이렇게 시작된다.
`진실게임'(김기영 감독－무비메이커 제작)은 엔터테인먼트 사업의 음지에서 병들어가는 청소년들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팬클럽 회원들이 음반판매량을 조작하기 위해 조직적으로 음반을 사들이는 모습, 다른 팬클럽과 패싸움을 벌이고 매니저의 환심을 사기 위해 잠자리를 갖는 등 충격적인 장면이 이어진다.
각각의 기억이나 주장에 따라 180도 달라지는 상황을 한장면씩 자르고 이어붙인 편집이 빛난다. 예를 들어 다혜의 친구, 영주가 불량학생들에게 구타를 당했다는 다혜의 이야기가 흐르다가 갑자기 몽둥이가 클로즈업되고, 그 위로 다혜의 얼굴이 등장한다. 이어 "다혜는 영주에게 병적으로 집착했어요"라는 다른 증언자의 말이 흐르는 식이다.
안성기는 이기적이며, 딸 또래의 피의자에게 성욕을 느끼기까지 하는 `악역'을 노련하게 소화했다. 하지원 또한 국민배우 안성기에 맞서 당당한 연기를 펼쳤다. 때로는 좀 `오버'한 연기가 거슬리기도 하지만 유망주임은 틀림없다. `인정사정 볼 것 없다'의 송행기 촬영 감독이 만들어낸 꽉 찬 화면도 기대에 부응한다.
하지만 초반부터 범인이 누구인지를 쉽게 알 수 있게 만든 것은 `스릴러의 공식'에선 벗어나 있다.
(피카디리 키네마 등)
[전상희 기자 fro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