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로영화 감독의 고뇌와 사랑 영화'색정남녀'
기사입력 2000년 03월 14일 15시 21분
`색정남녀'는 `색정적인 제목'과 함께, 장국영과 서기의 올누드 장면으로 `색정적인 화제'를 뿌린 작품.
하지만 이 영화는 무조건 배우를 벗겨서 관객을 자극하려고 하는 작품은 아니다. 오히려 영화가 그래야 하는가라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작품이다.
`색정남녀'의 감독은 홍콩 뉴웨이브를 주도하고 있는 인물중의 하나인 이동승. 이동승 감독은 `색정남녀'를 통해 영화찍기란 무엇인가란 물음을 줄기차게 던지고 있다.
이 영화는 포르노 감독과 배우가 영화 한편을 찍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흥행에 실패한 후 무기력하게 살아가던 영화감독(장국영)이 유력 제작자로부터 새영화 연출 제의를 받게 되면서 시작된다.
알고보니 제작자가 요구하는 것은 포르노 영화. 먹고 살기 위해 찍을 것인가, 자신의 영화에 대한 소신을 지킬 것인가? 그(장국영)가 포르노를 왕가위처럼 `흘려 찍는 것'은 이런 고민의 한 표현이다.
그가 찍는 포르노 영화의 여주인공은 제작자의 입김으로 캐스팅된 여배우 몽교(서기)다. 그녀는 포르노배우 답지 않게 옷벗는데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데, 이 과정에서 `옥보단2' 등 누드배우로 출발한 서기의 자전적인 고백이 끼여들며 관객의 귀를 솔깃하게 만든다.
이처럼 이 영화는 홍콩영화를 잘 아는 관객들에겐 더 흥미로울 수 있는 `실제 이야기'와 `실명'을 자주 거론한다. 이동승 감독은 흥행의 귀재 왕정 감독을 은근히 야유하는가 하면, 자신의 이름을 내건 주인공을 등장시킴으로써 스스로의 번민을 내비친다.
이 영화는 이같은 진지한 문제의식 속에서도 홍콩영화에 자주 애용되는 `과장법'의 코미디와, 환상적인 분위기의 성적 코드를 추가하면서 `작가주의 영화'와 `상업영화' 사이에서 줄타기를 시도한다.
베를린 영화제 경쟁부문 진출작. 서기는 이 영화로 홍콩 금상장에서 신인여우상을 수상했다.
(서울 허리우드 씨티 강변CGV11 중앙 등)
[안영준 기자 ju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