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권의야구야그] 선수협 문제 앞으로가 더 중요
기사입력 2000년 03월 13일 14시 10분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프로야구선수협회의(이하 선수협) 파동이 정부의 중재로 지난 10일 선수협, 한국야구위원회(KBO), 구단대표의 3자회동을 통해 48일만에 극적으로 타결됐다. 모두가 한 발씩 물러나 양보한 대타협의 결과였다.
그러나 지금은 시작일뿐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 3자가 합의한 5개항을 성실히 지키면서, 합의내용을 어떻게 구체화 시키느냐가 더 어려운 과제이기 때문이다.
3자간의 합의문은 △선수협은 금년시즌 종료후 결성하고 △선수협 집행부는 시즌종료후 선출된 각 구단의 선수대표로 하며 △선수협 소속선수는 시즌중 활동을 중지하고 소속팀에 복귀하고 △구단 및 KBO는 선수협소속 선수에게 일체의 불이익이 돌아가지않도록 하며 △제도개선위원회를 오는 4월3일 발족시키는 등 개략적이고 원칙적인 것들이다.
이 가운데 가장 중요한 부분은 제도개선위원회에 관한 것이다. 선수협이 발족한 동기가 불합리한 규약과 KBO의 문제점을 시정하고 개선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제도개선위는 KBO 1명, 선수대표와 구단대표 각 2명, 야구인 3명, 공익대표 3명 등 모두 11명으로 구성되는데 어떤 방법으로 중립적인 위원을 선임하고, 위원회를 운영하며 위원회의 결정권한은 어디까지인가 등은 3자 모두에게 가장 민감한 부분이다.
벌써부터 선수대표와 야구인 대표의 선임을 둘러싸고 해석이 엇갈리고 있어 마찰이 예상되고, 발족시기인 4월3일도 시간적으로 결코 넉넉하지는 않다.
그러나 선수협 파동을 겪으면서 3자 모두 그동안 많은 대화를 통해 의견의 차이를 크게 해소했고, 무엇이 프로야구 발전을 위한 길인가를 절감한 만큼 슬기롭게 이 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기대된다.
사실 선수협 문제 타결은 KBO나 선수, 구단 등 야구인과 야구계 스스로의 노력보다는 야구팬과 시민@사회단체의 적극적이 성원과 지원이 더 큰 힘으로 작용한 것이 사실이다. 이 점에서는 프로야구 행정을 총괄하는 KBO도 책임감을 느껴야하고, 야구인들도 반성의 계기로 삼아야한다.
합의한 5개항을 구체화하고 실천하는 앞으로의 남은 문제에 대해서는 외부의 도움없이 KBO를 비롯한 야구계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중지를 모아 한단계 성숙된 프로야구의 모습을 반드시 보여주어야 한다. 이것만이 그동안 뜨거운 격려와 성원을 보내준 모든 분들에게 보답하는 길일 것이다.
[부국장 joygu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