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LOVE MUSICAL' 위해 배우들 비지땀

기사입력 2000년 03월 13일 13시 28분


"뮤지컬 센터가 새로 생겼나?"

지난 9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 빅쇼 연습실. 17일 개막을 앞두고 출연진과 스태프가 마지막 마무리를 하느라 비지땀을 흘리고 있는 이곳은 `임시 뮤지컬 본부'나 마찬가지다. 배우건 스태프건 뮤지컬쪽 명함을 갖고 있는 사람치고 얼굴을 드리밀지 않는 이들이 거의 없는 까닭이다.

"아, 이번이 내차례지." "맞아. 오랜만에 쳐보니까 잘 안되네."

피아노앞에 나란히 앉은 남경읍 남경주 형제. 빅쇼에서 `사랑은 비를 타고'의 `미드나잇 블루 인 레이니데이'를 연주하는 이들은 2년만에 호흡을 맞춘 탓에 처음엔 몇번 음이 빗나갔지만 이내 감미로운 선율을 뽑아낸다. 남경읍은 이번에 단국대 연영과에 학사편입, `학생배우'로 참가하고 있고, 남경주는 "제작비에 써달라"며 개런티를 반납해 분위기를 따스하게 만들고 있다.

한쪽 구석에선 허준호가 최무열 음악감독, 101밴드와 함께 지난해 `갬블러'에서 불렀던 `그린라이트'를 멋진 제스처와 함께 열창하고 있다. MBC TV `나쁜 녀석들' 밤샘촬영 덕분에 얼굴이 `반쪽이 된' 허준호지만 마이크를 잡자 에너지가 넘쳐난다.

잠시후 주원성 전수경부부가 문을 열고 들어선다. 서로의 코너때 `댄서'를 맡아 `부창부수'를 과시하고 있는 이들은 "연습장 나올 필요없이 집에서 해도 되는데…"라면서도 대형거울 앞에서 열심히 동작을 맞춰본다.

대연습실에서는 여느때처럼 고막을 때리는 음악과 함께 코러스들의 춤연습이 한창이다. 이날은 `요셉과 어메이징 드림코트' 차례. 서병구 안무감독이 한가운데 떡 버티고 서서 하나하나 동작을 지시한다. 파도가 쓸려가듯 대군이 밀려오듯 40여명의 젊은 춤꾼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그게 아니구 이렇게 하란 말이야!" 맘에 들지 않는듯 서감독이 소리를 지르며 직접 시범을 보인다. 그 동작이 코믹해 연습장엔 순간 폭소가 터진다.

한창 연습이 절정에 달할 무렵 갑자기 불이 꺼졌다. 무슨 일일까? 촛불을 밝힌 케익이 들어오고 "선생님 축하해요"라는 인사가 여기저기서 터진다. 다름아닌 이번 빅쇼의 최고원로(?)인 윤복희의 55회 생일. "연습할 시간도 없는데 왜 이런 걸 준비했어"라며 나무라지만 얼굴엔 흐뭇한 미소가 번진다.

"다른 작업과 달리 모든 뮤지컬인들이 참여하는 우리들의 축제라 모두 즐겁게 연습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피곤해도 연습실만 오면 모두들 정신이 번쩍나요."(김덕남 연출)

이번 빅쇼에 참가하는 인원은 배우 60명, 밴드 20명, 스태프 50명 등 총 130명. 배우들은 개별적으로, 스태프들은 여러 소그룹들이 참여해 탄생한 유례가 없는 `대형 프로젝트'다. 소속과 출신은 다르지만 `I LOVE MUSICAL'이라는 끈 하나로 뭉쳤다.

김덕남 연출은 말한다. "뮤지컬을 사랑하는 마음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입니다. 보세요. 땀흘리는 저 배우들의 눈빛을."

[김형중 기자 h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