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를 통한 세계 음식문화 체험
기사입력 2000년 03월 12일 17시 08분
한국인은 왜 숟가락을 쓸까? 찌개를 여럿이 함께 떠먹어서? 아니다. 고대중국 주나라 `주례'에 나오는 식사예법을 본 땄기 때문이다.
음식 문화를 다룬 책들이 하나둘 서가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달 `일본을 먹는다'(이규형, 네오북), `지구촌 뒷골목 음식 한그릇'(삼진기획), `한국인의 밥상문화'(이규태, 신원문화사)가 출간된 데 이어 이달에는 음식전쟁 문화전쟁'(주영하, 사계절)이 나왔다.
`일본을…'은 일본음식점 가이드지만 지면의 상당부문을 일본 요리문화를 소개하는데 할애. 젠(개인상) 우메보시(매실장아찌) 오니기리(주먹밥) 스시(생선초밥) 등에 대한 연원을 가볍게 터치해 나갔다.
`지구촌…'(삼진기획)은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일본 등 외국 음식들을 소개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각국의 음식문화를 일별할 수 있는 책.
`한국인의…'는 조선일보 전무인 저자가 지난 18년간 신문에 연재한 5000여 편의 칼럼 가운데 `정치화합을 위한 신선로' 등 한국음식과 관련된 부분만 추린 것으로 역시 `음식 속 숨은 문화 읽기'가 가능하다.
이밖에 `음식전쟁 문화전쟁'은 진정한 의미의 음식문화 서적으로 문화인류학이라는 안경을 쓰고 우리의 먹는 행위를 들여다봤다.
요리 뿐만 아니라 술 문화에 메스를 댄 책도 선보이고 있다.
신간 `술, 술을 알면 세상이 즐겁다'(이종기, 도서출판 한송)를 읽고 나면 와인, 맥주, 위스키 등 우리 주변의 술들을 제대로 음미할 수 있는 심미안을 갖게 된다.
요리사진과 요리법이 담긴 기존의 요리책과 궤를 달리하는 이들 책들의 등장은 의미있는 올 출판계의 새로운 흐름.
음식을 `혀'로 맛보는 `저차원'에서 `머리'로 씹는 `고차원'으로 나아갈 정도로 우리의 식생활이 풍요로워졌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정경희 기자 gumnur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