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에 맞선 정의의 힘 영화 `허리케인 카터'
기사입력 2000년 03월 12일 17시 00분
실화를 다룬, 노만 주이슨 감독의 `허리케인 카터'는 기존의 영웅주의 영화와는 차원이 다르다. 이 영화는 앞날이 창창한 젊은 권투선수 허리케인 카터(덴젤 워싱턴)가 인종차별주의자 형사(댄 헤다야)로 대표되는 백인에 의한 `흑인 죽이기'식의 수사결과로 살인죄를 뒤집어 쓴 채 종신형을 살던중, 22년만에 석방되는 과정을 그렸다.
영화는 감동을 동반하는 반전의 법정드라마, 스포츠영웅의 자전적인 교훈극, 인종차별주의에 맞선 인간승리의 드라마, 교도소를 다룬 상황극, 이 모든 것을 통합하지만 그것을 뛰어넘는다.
허리케인 카터는 교도소에서 자신의 운명을 탓하기 보다는 자신을 발견하고, 그러한 노력을 사회화시키려는 의지를 굳건히 다져나간다.
그가 옥중에서 써낸 자서전 `제16라운드'는 자신을 통제하는 법을 알게 되면서, 생산적인 방법으로 그 곳에서 빠져 나오기 위한 지혜로운 방법론이자 정신의 결정체인 것이다.
이 책은 한 사람의 청년에게 `인생의 빛'으로 비춰진다. 캐나다에 살고 있는 레스라(비셀로스 레온 샤논)는 중고서적상에서 25센트를 주고 산 책을 보고 감동받은 나머지 허리케인 카터에게 편지를 보낸다. 그런 후 레스라는 캐나다의 동료들과 함께 그의 무죄증명을 위한 법정투쟁을 벌인다.
NGO의 관점을 반영한 `허리케인 카터'는 흑백대결의 이분법을 극복한 좋은 영화의 예를 보여준다. 잘못된 사회적 오류와 관행을 바로잡으려는 뜻있는 개인과 시민운동의 연대와 실천에 관한 노력을 매우 진지하게 묘사하고 있다.
덴젤 워싱턴의 지적인 연기는 `말콤 X'(92년)보다 더 내면화된 성숙함을 인정받았고, 금년도 베를린 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허리케인 카터는 오십의 나이가 되는 1988년 석방되어 캐나다에서 억울하게 기소된 사람들을 대변하는 재단에서 활동하며 사회에 봉사하고 있다. 레스라는 변호사로 일하고 있는데, 한권의 책이 한사람의 인생에 빛이 되었다. 또한 그 책은 인종차별주의에 근거한 나쁜 관행을 바로잡는 `사회의 빛'이 되기도 했다. 이 영화 또한 그런 영화이다.
(18일,서울 시네코아 동아 중앙 씨네하우스 강변CGV11 등)
[양윤모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