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취향 차별화로 눈길끌기 성공 MBC'나쁜 친구들'
기사입력 2000년 03월 12일 16시 38분
작가들끼리 흔히 하는 말이 있다. `성질 못된 PD는 용서해도, 실력없는 PD는 용서 못한다.'
드라마를 두고도 비슷한 비유가 있다. `유치한 드라마는 용서해도, 재미없는 드라마는 용서 못한다'.
MBC TV 드라마 `나쁜 친구들'(극본 김지수, 연출 장용우)은 일면 만화처럼 유치해 보인다. 강석(안재욱)과 하전무(임채무)의 갈등, 영서(송윤아)와 상은(김지수)의 애정대립이 주된 축을 이루는 전형적인 권선징악 구도의 드라마다. 게다가 폭력조직원(이 훈), 소매치기(박상면) 등 드라마 소재로 쓰기에 위험한 요소도 안고있다.
하지만 `나쁜 친구들'은 재밌다. 빠른 전개에 톡톡튀는 대사. 박상면 이 훈 등이 드라마의 감초역할을 확실히 해내고, 사이버 캐릭터라는 신선함도 돋보인다. 거기에 PC방 인터넷 증권시장 등 현 사회의 카테고리를 적절히 버무려 시청자들의 눈길을 잡아놓고 있다.
4회 방송분까지 시청률 30%대. 드라마계의 거목 `김수현'의 `불꽃'을 상대로 선전을 하고 있는 충분히 `용서받을 수 있는' 드라마다.
성공 비결은 차별화 전략. `불꽃'이 김작가의 고정팬을 비롯, 연륜있는 시청자층이 타깃이라면, `나쁜 친구들'은 젊은 세대를 겨냥해 확실한 자리잡기를 하고 있다.
그만큼 이 드라마의 생존은 `정확하게,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길을 가는 데 있다. 첫회의 엘리베이터 키스신 등 강렬한 자극을 위해 무리를 하거나, 어설프게 권선징악의 메시지 전달에 집착할땐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이제 터잡기에는 성공했다. `내일의 향해 쏴라'가 김종학사단의 `백야@3.98'을 거꾸러뜨린 `98년 방송가 여름의 전설'을 재현할 수 있을지, `나쁜 친구들'의 행보가 매우 궁금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