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소주역사 - 30도 독한 소주 65년 첫선
기사입력 2000년 03월 12일 16시 38분
한국의 소주 역사는 1965년부터 시작됐다. 그해 알코올 농도 30도의 `독한' 희석식 소주가 처음 선보였다. 그 전에는 민간에서 조금씩 만들어 마시는 수준이었다.
요즘 소주회사들이 벌이고 있는 순한 소주를 둘러싼 전쟁은 197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순한' 25도 소주가 나오면서 주당들은 순식간에 입맛을 바꿨다. 얼마 지나지 않아 25도 짜리는 소주의 대명사가 됐다.
1990년대 초반이 되면서 소주회사들은 `더 순한 소주'에 관심을 돌리기 시작했다.
보해가 1992년 `보해라이트'(15도), 1994년 `시티'(23%)를 내놓고 주당들의 눈치를 보았다. 진로도 비슷한 시기에 `나이스'(22%), `순한진로'(23%) 등을 연이어 출시했다.
그러나 시기상조였는지 소주시장의 제왕은 여전히 25도 짜리였다.
순한 소주가 시장에서 본격적으로 자리잡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중반.
1996년6월 부산의 대선주조가 `시원소주'를 내놓으면서 순한 소주의 성공 가능성을 보여줬다. `시원소주'의 성공에 자극받은 경남의 무학과 경북의 금복주도 잇따라 23도 소주인 `깨끗한 화이트'와 `참스페셜'을 각각 개발하고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후 순한 소주 전쟁은 날로 격화되고 있는 양상을 보였다.
특히 소주시장 1, 2위 업체인 진로와 두산은 지난해 막대한 경품을 내놓고 경쟁을 벌여 빈축을 사기도 했다.
두산은 아파트 3채를, 진로는 주택자금 7억원을 소주뚜껑에 실어 내보냈다. 한동안 주당들은 술집에서 병뚜껑을 확인하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광고전도 치열했다. `그린'소주를 그저 `그런' 소주로 비하한 광고는 시중의 화제였다.
새천년을 맞아서도 소주회사들의 순한소주 경쟁은 여전히 뜨겁기만 하다.
[이승호 기자 letitb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