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민한, 3이닝 1안타 완벽재기
기사입력 2000년 03월 12일 13시 26분
롯데 손민한(25)의 공을 보며 다들 무릎을 쳤다.
보는 이의 가슴이 다 찌릿찌릿하도록 어쩌면 그렇게 구석구석 용하게 찔러댈까. 툭하면 어깨나 팔꿈치에 고장을 일으켜 멍하니 3시즌을 흘려보냈던 `5억짜리'.
롯데 식구들과 부산팬들은 핵무기를 두고도 못 써먹는 아쉬움에 너나없이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었던 게 사실이다.
하기야 팀내 사상 최고액을 들여 모셔온 그가 그깟 1승을 거두는데 3년이나 걸렸으니. 그의 놀라운 손재주와 화려하기 이를 데 없는 국가대표 경력을 잘 알고 있기에 답답함은 더했다.
하지만 이젠 염려 딱 붙들어 매도 좋을 것 같다. 그의 공이 완전히 살아났기 때문이다. 특히 11일 제주에서 벌어진 한화와의 시범경기 개막전에서 보여준 그의 공은 위력적이었다.
3이닝 동안 실점은 고사하고, 임주택 외엔 아무도 1루를 못 밟게 했으니….
지난해 우승 주역 데이비스와 로마이어가 헛방망이질 끝에 뒤통수를 벅벅 긁으며 멋적게 돌아섰고, 나머지 국산 타자들도 공 서너개 안에 결말이 났다.
"그동안 연습한 것은 다 던져 봤습니다. 팔도 안 아프고, 공도 맘먹은 대로 꽂혀주니 기분이 너무 좋습니다."
이날 손민한은 35개의 공을 뿌렸다. 직구와 커브, 슬라이더에 체인지업도 8개나 섞었다. 투 스트라이크 이후의 결정구는 포크볼. 정말이지 놀랍도록 다 먹혀들었다.
당초 그를 4선발에다 앉혔던 김명성 감독도 "2번에 놓을지 3번에 놓을지 아직 잘 모르겠다"고 말을 바꿨을 정도.
이쯤되니 벌써부터 `두자리 승수' 얘기까지 심심찮게 나온다.
[제주＝최재성 기자 kkachi＠]
[제주＝김재율 기자 kaj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