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리포트] 16년만의 제주경기 구대성카드로 팬서비스
기사입력 2000년 03월 12일 13시 26분
시범경기는 시즌 전력을 가늠하는 탐색전. 애초부터 승부는 의미가 없다. 마운드에서 낯선 얼굴들이 많은 것도 이때문이다.
그러나 지난해 한국시리즈 우승팀인 한화와 준우승팀 롯데가 격돌한 11일 제주 시범경기는 이같은 관행을 깨뜨렸다는 점에서 뜻깊었다.
한화의 9회초 수비. 1사 1루의 위기에서 한화 이희수 감독은 구대성 카드를 빼들었다. 구대성의 등판을 알리는 장내방송이 나가는 순간 그동안 별 흥미를 못느끼고 있던 관중석은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지난 84년 9월22일과 23일 해태－OB전 이후 처음으로 프로야구를 맛본 제주팬들이지만 그의 명성은 익히 알고 있었던 것이다. 팬들은 구대성이 공을 던질 때마다 열렬한 박수를 보냈고, 롯데 8번 강성우를 병살타로 잡아냈을 때는 그라운드가 떠나가도록 환호성을 터뜨렸다.
개막전을 생각하면 구대성은 대전에서 컨디션 조절을 해야할 처지. 그러나 이희수 감독은 16년만에 프로야구를 접한 제주시민들에 대한 팬서비스를 선택한 것이다.
이감독은 "구대성을 아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제주도에 야구바람을 불어넣는 차원에서 등판시켰다"고 말했다. 구대성도 "시범경기 막판에 던진 적은 있지만 첫 경기에 등판하기는 처음"이라면서 "제주팬들이 나의 투구를 보고 즐거워했다면 그것으로 만족한다"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프로는 팬들을 위해 존재한다는 평범한 진리가 새삼 되새겨지는 시범경기였다.
[제주＝권정식 기자 jskwo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