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켓라운지] 코트 징크스 '10인 10색'
기사입력 2000년 03월 10일 14시 44분
플레이오프 준준결승을 치르는 선수들의 신경은 바늘처럼 곤두서있다.
중요한 때일수록 징크스라는 미운 녀석이 슬그머니 고개를 들기 때문이다.
삼성－기아전은 날씨를 보면 결과를 짐작할 수 있다.
강동희(기아)는 `쨍'하고 해뜬 날을 좋아한다. 저녁 경기 때도 낮에 눈비가 오거나 우중충하면 십중팔구 플레이가 바닥을 헤맨다.
반대로 문경은(삼성)은 눈비가 오는 날에 어깨가 들썩인다. 습도가 높아 손끝에 볼이 착 달라붙는 느낌이어서 슛감각이 그만이라고 한다.
SBS 김인건 감독은 최근 가운데가 돋보기 처리된 두툼한 안경을 낀 채 똑같은 양복과 넥타이를 매고 있다. 성적이 좋은 5라운드 이후 부적처럼 고수하고 있는 패션이다.
김상식(SBS)은 목욕 재계파. 경기 직전 유니폼을 입을 때는 샤워를 해야 한다.
이영주(기아)가 경기직전 비빔밥을 먹지 않는 것과 달리 삼보 조용근 단장은 반드시 자장면을 먹어야 안심이 된다. 조단장은 지난 시즌 중반에 창원 원정경기서 자장면을 먹고 승리한 뒤부터 거른 적이 없다.
올시즌에 40여게임을 관전한 조단장은 "자장면 먹은 날의 승률이 90%가 넘는다"며 "고속도로에서 즉석 자장면을 먹은 날은 희한하게도 팀이 4쿼터 몇초를 남기고 비실비실 무너지더라"며 `자장면의 고급화와 승패의 상관 관계'를 주장한다.
웬만한 일엔 코방귀도 뀌지 않는 허 재(삼보)는 징크스가 없을 뿐 아니라 믿지도 않는다. "괜히 징크스 어쩌고 하면 그게 징크스가 돼 버린다"는 게 `농구대통령'의 주장이다.
[원주＝김미연 기자 ibiz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