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갑숙 영화 `봉자'로 스크린 첫 주연 맡아
기사입력 2000년 03월 09일 14시 51분
서갑숙은 21세기 벽두에 두가지 새 카드를 냈다.
영화와 인터넷연극. 충격적인 성고백서를 내 작년 하반기 세상을 들끓게 했지만, 조용한 자기정리의 두 작업이다.
서갑숙은 우선 오랜 친구인 박철수감독과 새 영화 `봉자'(박철수필름)를 같이 찍기로 했다. 박감독은 TV드라마와 영화 수편을 같이 했던 서갑숙의 잘 아는 `친지'. 아기가 바뀌어 출생의 비밀을 얘기한 80년대 MBC 화제작 `생인손'을 같이 했고, 영화 `안개기둥' 산부인과'에서도 호흡을 맞춰 이번 영화 `봉자'의 캐스팅도 거의 이심전심 이루어졌다.
"`봉자'는 1년전에 탈고한 작품인데 지난 연말 박감독이 `한번 해보지 않겠냐'고 툭 전해줬어요. 그날로 읽어보니 필이 오는거 있죠?"
박감독도 탈고 직후 봉자를 두고 "이거, 서갑숙 아냐?"라고 했다고 한다.
영화는 36살 봉자란 여인과 16살 창녀인 자두가 우연히 만나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을 다룬 휴먼드라마. 김밥집에서 김밥말다말고 정종마시고 신문퍼즐이나 풀다가 주인한테 쫓겨난 봉자와 봉자집에 흘러 흘러온 어린 창녀의 교감을 통해 `인간관계'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기획의도. 또 `인간적 여성동성애' 느낌도 풍겨 박감독의 일관된 페미니즘류로 받아들여진다.
영화속에서 첫 주연하게된 서갑숙은 `현실 부적응자에 대한 애정'만 있다면 "`봉자'만큼 사랑스러운 여자도 없다"고 말한다. 현재 박감독이 일본에서 콘티작업중이며 자두역을 오디션으로 뽑은 직후 4월말부터 촬영에 들어갈 예정. 개봉은 일단 추석때로 잡혔다.
`namomoya＠yahoo.co.kr'. 그리고 `남양주시 수동우체국 사서함 100'
최근 개설해놓은 서갑숙의 이메일과 사서함 주소다.
"어떻게 보면 작년에 낸 책의 연장선이라고 볼 수 있어요. 마음의 고통을 받고있는 사람, 또 정신적 실명을 했거나 비틀린 인생을 살고있는 사람이 자기 사연을 보내주면 그걸 연극을 통해서 보여줄 계획입니다."
즉 이메일로 사연을 열고 동영상 인터넷 연극을 통해 연기와 대사로 같이 문제해결을 해가자는 생각. 앞으로 전문운영자만 나서면 자신의 전문 웹사이트까지 개설할 예정이다.
책(나는 포르노그라피의 주인공이고싶다)은 70만부 이상 나가 슈퍼베스트셀러가 됐지만, 누드에세이집(뼈．연적*18)은 그리 성공못했다고.
최근 두달간 책과 비디오에 묻혀 푹 지냈다. `춤추는 물리'와 윤대녕의 `코카콜라 사랑'을 번갈아 읽었고, 영화 `소나티네'를 만든 기타노 다케시 감독은 꼭 만나고 싶기까지 했다고.
책 때문에 99년을 일생일대 최대의 혁명기로 살았지만, 촬영을 앞둔 요즘은 지리산 야생화에 관한 `향 공부'까지 하면서 "마음이 편안하다"고 했다.
[이준형 기자 ro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