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본 뮤지컬보기운동 뮤지컬배우 전수경
기사입력 2000년 03월 09일 14시 39분
`황구도' 공연을 끝내고 집에서 모처럼 꿀맛같은 휴식을 즐기고 있었던 몇일전 일이다. TV리모콘을 손에 쥐고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다 우연히 세계적인 뮤지컬 제작자이자 작곡가인 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대표곡을 모은 갈라쇼가 방영되는 것을 보았다.
그 쇼에선 마이클 볼, 일레인 페이지, 글렌 크로스, 안토니오 반데라스 등 그의 작품을 빛냈던 스타들이 등장해 노래를 멋지게 불러주고 있었다. 나는 어린시절 `사운드 오브 뮤직'이나 `짚시'같은 뮤지컬 영화를 보고 있을 때처럼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
그러나 그 노래들보다 더 나를 흥분시켰던 것은 쇼가 끝날 무렵 웨버가 들려준 말이었다.
"제가 어렸을 때는 뮤지컬 관계자들중에 이런 공연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저 비틀스나 엘비스를 흉내낼 수 밖에는 없었죠."
옥스포드 역사학과를 때려치우고 작사가 팀 라이스를 만나 뮤지컬 음악을 시작한 그다.
`아! 웨버가 어렸을 때도 내가 어렸을 때처럼 뮤지컬이 이렇게 발전되리라곤 상상을 못했었구나!'
그 말은 곧 국내 뮤지컬도 얼마 후에는 그런 무대, 아니 그것을 능가하는 독창적인 모습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희망을 내게 주었다.
사실 우리 문화예술계에서 뮤지컬이 새로운 장르로 대중의 사랑을 받게 된 것은 불과 10여년전의 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 이만큼 성장하기까지는 당시 기술적, 예술적 완성도가 부족했던 우리 뮤지컬을 믿고 세기말 대중들에게 감동과 활력을 주기 위해 태어난 스포츠조선 `뮤지컬 보기운동'의 역할이 크다.
10년전 시작된 스포츠조선의 `뮤지컬 보기운동'은 뮤지컬 공연에 관객을 모아주고 완성도를 높일 수 있도록 해 준 한국뮤지컬계의 `좋은 친구'다.
이제 `뮤지컬 보기 운동'이 열살 생일을 맞게 된다니 우리 뮤지컬도 한결 성숙해져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바야흐로 모방의 시기를 벗어나 창조의 시기에 접어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뮤지컬 보기운동'이 영원한 친구로서 계속해서 일으켜주고 바로 잡아주며 함께 성장하기를 기원한다.
누가 알겠는가? 이제 곧 웨버를 능가하는 작곡가와 세계가 놀라는 배우들이 우리 중에 나타나게 될 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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