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칼럼] 하일성의 야구세상 '성공보다 값진 실패의 경험'
기사입력 2000년 03월 09일 14시 18분
감독들은 승리를 숙명으로 여기고 살아가는 그라운드의 승부사다. 오늘의 승장이 내일의 패장이 되고, 오늘의 패장이 내일의 승장이 되는 승패의 수레바퀴를 굴려간다.
3년전인 98년 스포츠조선에 `하일성의 야구 생방송'이라는 칼럼에서 당시 롯데 사령탑 김용희 감독이 퇴진했을 때 이러한 글을 썼다.
`최근 성적 부진으로 퇴진한 롯데 김용희 감독을 보면서 프로세계에서 감독들의 찹찹하고 안타까운 심정은 정말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는 걸 새삼 느낀다. 김용희 감독은 최연소 사령탑으로 부임한 이듬해인 지난 95년 팀을 한국시리즈에 진출시켜 OB(현 두산)와 7차전까지 가는 명승부를 펼쳤다. 비록 준우승에 그쳤지만 그가 추구한 실전야구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대충 이런 내용의 글이었다. 그는 이제 가장 우승에 목말라 있는 삼성라이온즈의 감독으로 2000년 시즌을 맞이했다.
미국 애리조나 전지훈련 캠프에서 선수들을 이끌고 있는 김용희 감독을 만나서 지금까지 성공과 실패의 경험을 다 맛보았는데 어느것이 더 감독으로서의 제2의 인생을 살아가는데 도움이 되느냐는 질문에 김용희 감독은 "2가지 사실 모두가 나에게는 좋은 경험이고, 어느것 하나 소홀히 할 순 없다. 그러나 굳이 하나를 선택하라면 실패의 경험을 더 높이 사고 싶다"는 얘기를 했다.
요즘 신세대들을 보면 합리적인 생각과 긍정적인 사고방식으로 상당히 많은 장점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아쉬운 것은 도전의식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홍수처럼 쏟아지는 많은 정보에 힘을 얻어 우리가 자랄때와는 비교가 안될 만큼 똑똑하다 못해 영악하다는 표현이 나을 정도다.
그러나 힘든일에 부딪히면 그것을 뚫고 나가려고 하는 생각보다는 책상에 앉아 이리 재고 저리 재보고 도전하지 않고 포기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아 아쉬움을 주고 있다.
도전이라는 것은 성공의 의미도 있지만 더 깊이 생각해보면, 도전이란 실패의 의미가 더 크다. 성공했을 때 보다는 실패했을 때 `왜 실패했느냐'는 정확한 원인을 안다면 오히려 성공보다 실패의 값어치가 큰 것이다.
성공과 실패의 2가지 의미를 다 알고 있는 김용희 감독이 선택한 실패의 경험이 과연 18년 동안 한국시리즈 우승에 목말라 있는 삼성라이온즈팀에 어떠한 결과를 가져올지 지켜 보는것도 우리에겐 즐거움이 될 것이다.
[야구 해설가 hisbase＠chollian.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