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2000프로야구] (5) 선수협 vs 비선수협
기사입력 2000년 03월 09일 14시 18분
한국프로야구선수협의회(이하 선수협)는 선수들사이에 치유되기 힘든 깊은 상처를 남겼다. 유니폼을 입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형, 아우' 호칭이 자연스레 이뤄지던 큰 틀이 이제 위기를 맞은 것이다.
선수협은 프로야구에 새로운 분류법을 만들어냈다. 선수협 대 비선수협. 선수간의 묶음이라야 기껏 `K고 출신' `Y대 동문' `00지역'으로만 나뉘던 것에서 새 판이 짜여진 셈이다.
새 판은 곧 새로운 갈등구조의 탄생을 의미했다. 선수협 파동을 거치며 `전사'도 생겨났고, `배신자'도 등장했다. 서로를 향한 독설도 심심치 않게 뱉어내며 감정의 골은 깊이 패여갔다. 은퇴한 선수들조차도 `지지파'와 `관망파'로 양분되는 현상을 드러냈다. 팬들도 선수를 볼때 "선수협에 가입한 선수인가"를 먼저 따져보게 될 지경이 됐다.
선수협 선수들은 우군을 찾아 시민단체 행정관청을 들락거렸고, 지지서명을 받기위해 길거리로 나섰다. TV토론에도 나왔다. 그중 재활이 필요한 5명의 선수들은 쌈지돈을 털어 괌으로 전지훈련길에 올랐다.
반면 비선수협 선수들은 구단의 전폭적인 지원속에 전훈을 다녀왔다.
걸어온 길의 차이만큼이나 달라질 시즌 개막후의 풍경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일부 팬들은 감정이 격해진 서로간에 빈볼시비같은 불상사가 일지 않을까 걱정하기도 한다.
희망적으로 해석하는 목소리도 있다. 대부분의 경우 선수협 가입을 안한 것이 아니라 못한 것이기 때문에 크게 감정이 상할 일은 없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선수협 부회장 양준혁(31)은 "선수들끼리의 기본적인 믿음은 변함이 없어 큰 갈등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불참선언후 쏟아지는 비난에 심한 정신적 충격을 받았던 삼성 이승엽(25)도 "마음은 선수협에 가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선수협과 비선수협 선수들이 어떤 하모니를 이뤄내고, 감정의 앙금을 어떻게 씻어나갈지는 선수협의 존립만큼이나 중요한 과제임에 틀림없다. 선수협을 조직한 것처럼, 갈등을 푸는 것 역시 선수들의 몫이다.
[김우석 기자 kwooseo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