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철, 신들린 투구 부활 예고
기사입력 2000년 03월 09일 14시 18분
롯데 오른손 투수 박지철(25)이 돌아왔다.
오른어깨 수술로 99시즌을 송두리째 날려버린 그가 입술을 사려물고 마운드에 다시 섰다. 까짓 지방혹을 짜내는 수술 따위로 한시즌을 망쳤으니 오기가 돋을만도 하다.
와신상담의 결과일까. 그의 공끝이 예사롭지가 않다. 얼핏 97시즌의 신들린 투구가 재현될 것 같은 느낌마저 갖게 한다. 14승(5패) 7세이브로 독무대를 이뤘던 그 환상의 시절이.
올시즌 박지철의 보직은 소방수. 8일 사직구장에서 벌어진 해태와의 연습경기는 화려한 부활을 예고한 무대였다.
9회초 마무리로 등판, 11개의 공으로 3명의 타자를 단숨에 돌려세웠다. 박계원 삼진－정성훈 2루수 땅볼－장성호 삼진. 5분도 채 안 걸렸다.
이날 스피드건에 찍힌 박지철의 직구는 143㎞. 97시즌 당시 최고 146㎞였던 점을 감안하면 어깨는 완전 회복됐다고 봐도 좋을 듯하다.
"박지철이 살아나 주면 마무리 걱정은 없을텐데…"라며 노래를 부르던 김명성 감독이 이젠 두다리 쭉 뻗고 잠을 청할 수 있게 됐다. 내심 강상수 만으로는 마음이 안 놓이던 터였다.
"컨디션 좋습니다. 어깨도 좋아졌고요. 체중만 좀더 붙어주면 괜찮을 것 같습니다." 천덕꾸러기로 한시즌을 보낸 자괴감 때문에 겨우내 우거지상이었던 박지철의 얼굴이 모처럼 환해졌다.
하기야 98년 5500만원까지 치고 올라갔던 연봉이 4800만원을 거쳐 올해 3800만원으로까지 곤두박질쳤으니 기분이 좋을 리가 만무하다.
하지만 `고생 끝, 행복 시작'이라고 했다. 이제 전성기의 구위를 되찾았으니 박지철의 부활은 시간문제일 것 같다.
[부산＝최재성 기자 kkach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