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카사노바] 가짜 재미교포 사업가 (11)
기사입력 2000년 03월 09일 14시 08분
강성수는 당장 김숙경에게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일본에 간다고 나온지 이틀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선 김숙경에게 전화를 걸어뒀다. 친구를 만나 얘기가 잘됐고 함께 호카이도 관광을 하러 간다고 얘기해 놓았다.
김숙경에게는 며칠 더 있다 가기로 하고 새로운 상대를 물색하러 나섰다. 시내로 나와 배회하다 놀음 생각이 나 `하우스'(도박장)를 찾아갔다.
사기도박 하는 친구들이 모여 백지판(기술을 쓰지 않는 화투판) 고스톱을 치고 있다 강성수가 들어서자 반갑게 맞이 했다. 강성수는 `호구' 하나 왔다 싶어 반기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김정환(51)이라는 친구가 "너 좀 만나려고 했는데 잘왔어"하며 팔을 잡아끌었다. 조용한 커피숍으로 들어가 앉자마자 김정환이 귀엣말로 용건부터 얘기했다.
"강남의 어느 한정식집 여주인이 과분데 돈이 많테. 밤마다 할 일이 없으니까 친구들하고 심심풀이 고스톱을 자주 친다는데 그걸 어떻게 꼬셔낼 방법없을까? 그런건 네가 전문가잖아."
"자세한 정보는 없어?"
"돈을 벌만큼 버니까 남자 생각 나는 모양이야. 재혼하고 싶어 안달이라나 봐."
"어떻게 접근하지?"
"그러니까 작전을 짜야지."
강성수는 한참을 생각하다 입을 열었다.
"혹시 그 근방에 결혼상담소 아는데 없냐?"
"한놈 있어. 그 자식 요즘 장사가 안돼 집어치우려고 해. 젊은 애들이 운영하는 이벤트 업체가 늘어나면서 사양길이라는거야."
"그놈 혹시 그 식당에 자주 안간대?"
"가지, 나두 놀러갔다 함께 가서 점심 먹은 적이 있는데."
"그래? 그럼 그 친구가 그 과부를 꼬셔서 결혼상담소에 접수받아 놓게 하는 방법이 없을까?"
"가능할 수도 있지."
"결혼상담소 친구가 눈치채지 않을까?"
"임마, 한두번 해보는 장사냐?"
강성수는 `하우스'에서 김정환 등과 고스톱을 치면서 이틀을 기다렸는데 결혼상담소로부터 연락이 왔다.
강성수는 당장 백화점으로 달려가 양복과 와이셔츠를 새 것으로 사 입고 넥타이, 구두도 새 것으로 바꿨다. 그리고 이발도 해 단정하고 의젓한 신사로 꾸미고 결혼상담소를 찾아갔다. 전에 묵었던 강남 특급호텔 룸을 한칸 예약해놓는 것도 빠뜨리지 않았다.
미국 `○○○케이터링 회장' 명함을 내밀고 "미국에서 사업을 하는데 재혼을 하려고 귀국했습니다. 외식업을 운영하고 있는데 국내 진출을 위해 한식당 운영 경험이 있는 배우자를 원합니다"고 했다. 그리고 위조 여권을 제시했다.
결혼상담소 접수직원은 연락처를 적어놓고 가면 연락해주겠다고 했다. 연락처는 예약해둔 호텔전화번호를 적어줬다.
강성수는 남대문시장으로 달려가 화장품 등 일제 물건을 몇가지 사가지고 호텔로 돌아가 김숙경을 불어냈다.
"왜, 집으로 안오시구요."
"으응, 미국친구가 며칠있다 온다고 호텔방 하나 잡아놓으랬는데 요즘 호텔방 구하기가 어렵거든. 일본 관광객들이 많이 오는데다 얼마 있으면 서울에서 무슨 국제행사가 열린대. 그래서 미리 잡아놓고 내가 쓰는거야."
그러면서 선물을 꺼내줬다. 선물을 받아든 순진한 김숙경은 좋아서 싱글벙글이다.
"일본 간 일은 잘 되셨어요?"
"그럼, 그 친구가 미국에 가서 모든 일을 처리한뒤 며칠 있다 온다니까."
호텔방안에서 남녀가 함께 있으면 당연히 해야 할 일이 있는 법. 둘은 며칠 굶은 이리처럼 서로를 거칠고 집요하게 탐했다.
다음날 호텔로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결혼상담소였다. 그쪽에서 뭐라고 하는지 알 수 없지만 강성수는 전화기에 대고 "네, 접니다." "아 그러세요." "네, 제가 부탁을 했지요." "아, 그래요. 이렇게 빨리." "몇시입니까?" "네, 시간 맞춰 나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때 뵙겠습니다."하고 연신 대답을 해댔다.
"무슨 전화예요?"
"미국 친구로부터 추천받은 교포 미술품 마케팅 전문가인데 내일 온다는군. 이 친구가 일본에서 국제전화를 미리 걸어뒀거든. 이거 바쁘게 됐는걸. 가만 있자. 그러면 접대비용이 좀 있어야겠는데. 숙식에 관광도 좀 시켜줘야 되겠고."
그래서 김숙경으로부터 1000만원을 또 뜯어냈다.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