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 나이웨이 '바둑두는 자체가 행복이에요'
기사입력 2000년 03월 08일 15시 26분
▲1.4＝이창호 9단, 제43회 국수전 도전자결정전에서 루이 나이웨이 9단에 147수만에 백 불계패.
▲2.21＝조훈현 9단, 국수전 결승 3국에서 루이 9단에 199수만에 백 불계패.
▲3.3＝이창호 9단, KBS 특별대국에서 루이 9단에 161수만에 백 불계패.
▲3.6＝조훈현 9단, KBS 바둑왕전 본선 12국에서 242수만에 흑 불계패.
"한국 남자 기사들에게 가위 하나씩을 선사해야겠다"던 조남철 원로의 썰렁한 농담이 이제 기사들의 가슴에 `비수'로 꽂히고 있다. 새 천년들어 유행병처럼 번지는 `여난(女難)'에 바둑계가 술렁거리고 있는 것.
일시적인 회오리바람인가, 아니면 올 한해를 휘몰아칠 일진광풍인가.
이 중심에는 `중국 여전사' 루이 나이웨이(37)가 있다. 세계 랭킹 1,2위를 연달아 깨 `대반란'의 끝이 어디인지 바둑인들이 숨을 죽이고 있는 것.
사실 아직은 루이가 이창호나 조훈현 9단보다 세다고 단정할수 없다. 그렇지만 루이의 빠르고 강한 행보는 연구대상이다.
루이의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많은 전문가들은 담백한 생활이 그 묘수라고 본다.
10년간의 방랑끝에 1년전부터 국내에 터를 잡은 루이와 남편 강주주 9단은 바둑두는 자체가 행복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오로지 바둑에만 매달리는 강한 집착이 오늘의 그녀를 만들고 있다.
한국기원에서 5분밖에 떨어지지 않은 집을 오가는 단순명료한 생활은 기사들의 가장 큰 재산인 집중력을 더욱 키우고 있다.
아침 9시면 한국기원에 나와 어떤 때는 후배들과 밤 11시까지 바둑을 연구하는 집념도 큰 승부사의 밑거름이 된다.
조훈현, 이창호 9단은 아직은 루이와의 패배에 흔들림을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그렇지만 4월이후 만날 국내 기전이나 세계 타이틀전에 대비, 마음 깊숙이서 `칼'을 갈고 있을 것이다.
[김수인 기자 victorin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