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원섭 기자 'MBC`시사매거진 2580' 성급한 가요계 진단'
기사입력 2000년 03월 08일 15시 26분
MBC TV `시사매거진 2580'은 최근 몇년간 `좋은 프로그램'을 얘기할 때면 항상 다섯손가락 안에 꼽혔던 프로그램이다.
사회 곳곳의 어둠을 비춰줘 시청자들의 가슴을 후련하게 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고, 오락 프로그램의 홍수 속에서도 든든히 자기 자리를 지켜온 점도 칭찬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지난 5일 방송된 `스포트라이트… 그 후' 편은 그동안 쌓아온 `2580'의 명성에 먹칠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날 방송의 기획의도는 `어린 나이에 너무 화려한 조명을 받다가 스타덤에서 밀려난 톱스타들의 현주소'를 통해 `허망한 스타의 꿈과 냉혹한 쇼 비즈니스의 세계'를 조명해보자는 데 있었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에서 `반짝 가수'의 예로 등장한 가수들을 본 사람들은 자기의 눈을 의심할 수 밖에 없었다.
지난 10년간 총 앨범 판매고가 1000만장이 넘고 새 음반을 내놓기 직전인 신승훈이 `한두번쯤 정상을 밟았지만 이미 사라진 반짝 가수'라고 묘사됐기 때문. 신승훈이 `반짝 가수'로 분류된다면 대체 대한민국의 가수들중 `반짝 가수'가 아닌 사람은 누구란 말인가.
게다가 `댄스가수의 평균 활동 기간'으로 한국 가요계를 진단한 것은 너무 성급했다. 물론 한국 가요시장이 10대 취향 위주로 흘러가고 있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현실이 `10대들이 음반을 너무 많이 사는 것' 때문이 아니라 `10대 이상의 연령층이 음반을 사지 않는 것' 때문이라는 것을 몰라서는 이야기가 되지 않는다.
미국의 예를 들어 보자. 미국에서 지난해 가장 많이 팔린 앨범은 장차 `반짝 가수'가 될 것이 분명한 10대 그룹 백 스트리트 보이스의 `밀레니엄'이다. 1000만장 이상 팔렸다.
그러나 미국의 대중음악 시장이 10대 편중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같은 시기에 리키 마틴의 라틴 팝, `아저씨 가수'인 가스 브룩스의 컨트리 음반, `아줌마 가수'인 셰어의 음반도 수백만장씩 팔렸기 때문이다.
이날 방송에서는 유익종을 `좋은 가수'의 대명사로 소개했지만 음반을 사는 팬들이 없는 한 대중음악은 설 자리가 없다.
`2580'팀은 `뭐가 음악인지도 모르는 10대'를 개탄하는 기성세대들이 유익종의 음반을 몇장이나 샀는지, MBC TV와 FM이 이런 `좋은 가수'들의 음악을 얼마나 소개했는지 확인했나 궁금하다.
여의도 MBC 본사에는 5층에 보도국이 있고 3층에 TV제작국이 있다. 기왕 이런 프로그램을 만들 양이었으면 두 층만 내려가 `가요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한번쯤 들어보는게 어땠을까. 아쉬움이 남는다.
[송원섭 기자 fivecar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