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권의야구야그] 혹독한 데뷔전 오히려 보약
기사입력 2000년 03월 08일 14시 01분
프로야구 정규시즌 개막은 아직 한달 가량 남아있지만 미국과 일본에서는 이미 시범경기가 시작돼 야구시즌이 사실상 활짝 열린 셈이다. 올시즌 한국야구팬들의 가슴을 가장 두근거리게 하는 것은 미국과 일본프로야구에 진출한 한국투수들의 소식일 것이다. LA 다저스의 박찬호(27)가 지난 5일(이하 한국시간) 뉴욕 메츠와의 시범경기에 첫 등판했고, 일본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정민철(28)도 8일 데뷔전을 치렀다. 올해 보스턴 레드삭스에 입단한 이상훈(29)은 벌써 두차례나 마운드에 올라 컨디션 점검이 한창이다.
해외에 진출한 코리언 스타 가운데 올시즌 가장 관심을 끄는 선수는 아마도 이상훈일 것이다. 이상훈은 한국프로야구선수로는 처음으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선수인데다, 국내선수로는 최초로 한국 일본 미국의 3개국 프로무대를 밟은 선수이기 때문이다. 이상훈은 두차례의 등판에서는 2게임 연속 홈런을 허용하는 등 만족할만한 성적은 내지 못했다.
지난 3일 첫 등판한 미네소타와의 시범경기 개막전에서 1이닝 동안 1점홈런을 내주고 탈삼진 1개와 1실점(자책)을 기록했다. 7일 텍사스와의 두번째 등판에서도 2이닝 동안 2점홈런 1개 등 4안타를 맞고 탈삼진 1개, 4구 1개로 2실점(자책)해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 첫 등판에서는 홈런을 허용했지만 당당한 피칭으로 구위에서는 합격점을 받았고, 두번째 등판에서는 직구 제구력 보완의 지적을 받았다.
주니치 이상훈은 지난 98년 일본프로야구 1군 데뷔전에서도 `홈런 시련'을 겪었었다. 5월9일 요미우리전에서 1－2로 뒤지던 8회말 마운드에 오른 이상훈은 1이닝 동안 6타자를 상대로 첫타자에게 홈런을 내주는 등 2안타에 4구 1개를 내주고 1실점하는 최악의 피칭을 했다. 당시 호시노 감독은 "모토키에게 홈런? 그건 교통사고다. 이제부터는 좋아질 것이다"며 웃어넘겼지만 이상훈에게는 충격적인 것이었다.
투수들에게 데뷔전은 가장 힘든 경기로 꼽힌다. 선동열도 지난 96년 4월5일 히로시마와의 데뷔전에서 주니치가 2－1로 앞선 9회말에 등판했으나 동점타를 허용하고 마운드에서 물러나 구원에 실패했었다.
`시작이 반'이라고 하지만 이국의 마운드에 처음 오르는 투수들의 긴장과 정신적인 압박은 상상을 뛰어넘는다. 대투수가 되기 위해서는 혹독한 신고식이 오히려 보약이 될 수도 있는 법. 아직은 시범경기인 만큼 이상훈으로서는 자신감을 잃지않고 제페이스를 꾸준히 지켜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많이 맞은 팽이가 오래 돈다'고 하지 않았던가.
[부국장 joygu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