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 디트로이트전 마구 부활
기사입력 2000년 03월 08일 12시 21분
`공끝을 지저분하게 만들어라！'
9일 오전 3시5분(한국시간) 디트로이트와의 시범경기에 올시즌 두번째 출격하는 `코리안 특급' 박찬호(27줎LA다저스)가 구질에 움직임을 주기 위해 집중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공끝의 움직임(movement)은 투수에 따라 큰 차이가 있다. 다저스 투수중에서는 케빈 브라운과 대런 드라이포트의 공끝이 심하게 움직이기로 유명하다. 반면 박찬호는 공끝이 깨끗하게 들어가는 편으로 분류되고 있다.
투수의 공끝은 지저분하게 움직일수록 타자들이 골탕을 먹는다. 아무리 구속이 빨라도 깨끗한 공은 공략당하기 일쑤다. 공끝의 움직임은 타고나는 것도 있지만 투수가 어떤 그립을 잡고 어떻게 공을 뿌리느냐에 따라 큰 차이가 있다. 지난 시즌 박찬호는 깨끗한 구질 때문에 난타 당하는 경우가 많았다.
박찬호는 특히 투심 패스트볼에 움직임을 주기 위해 그립을 바꿔가며 테스트를 하고 있다. 샌디 쿠팩스씨도 지난 7일 움직임이 많은 그립을 박찬호에게 이미 설명한 바 있다.
사실 2년전까지는 박찬호도 공끝이 심하게 움직이기로 남에게 뒤지지 않았다. 포심 강속구의 경우 치솟는 라이징 패스트볼이 위력을 떨쳤고, 투심도 오른손 타자의 몸쪽을 파고 들며 용틀임을 해 병살을 자주 만들곤 했다.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보비 콕스 감독은 "찬호의 공은 홈플레이트 근처에 오면 30㎝쯤은 움직인다"며 혀를 내두르기도 했었다. 그러나 손끝의 감이 전같지 않았던 지난해에는 공끝이 밋밋해지면서 병살은 줄고 홈런은 늘어났다.
쿠팩스씨의 설명을 듣고 투심의 3가지 그립을 테스트한 박찬호는 실밥을 더 단단히 잡고 채주는 방법이 공끝의 움직임을 크게 만들어준다는 것을 느꼈다. 이제 손에 익히기만 하면 되는 단계. 9일 구원 출격하는 디트로이트전에서는 꿈틀대며 홈플레이트를 파고드는 강속구들을 테스트하게 된다.
[베로비치(미 플로리다주)＝민훈기 특파원 hkmin＠earthlink.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