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리포트] 유재순 지금 일본… 기로에 선 코리언 스타들
기사입력 2000년 03월 07일 14시 43분
일본의 닛칸스포츠는 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일본선수들에 대해서 매일같이 보도를 한다. 이탈리아 세리에A에서 뛰고 있는 나카타, 조 쇼지, 나나미와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일본야구의 저력을 확실히 보여준 노모, 이라부, 사사키 등의 일거수일투족이 매일 스포츠신문의 지면을 장식한다.
일본여성들의 우상 나카타가 1면 톱뉴스를 차지하면 그날 신문은 동이 날 만큼 외국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에 대한 일본국민들의 성원은 무척이나 뜨겁다. 이탈리아 AS로마에서 뛰고 있는 나카타를 취재하기 위한 상주특파원만 30여명. 주간지나 월간지에서 파견한 프리랜서들까지 포함하면 50여명이 넘는다. 그러다가 시즌이 시작되고 나카타가 상승세를 타면 100여명이 넘는 취재진이 몰린다.
이렇듯 일본의 스포츠신문은 프로선수들과 얼마만큼 깊게 밀착하느냐에 따라 사운(社運)이 갈릴 정도다. 한국의 스포츠신문이 해외진출 스포츠스타들인 박찬호, 박세리, 김미현, 이종범, 이상훈에 매달리는 것과 마찬가지다.
작년 한해는 일본에서 활약하던 선동열, 이종범, 이상훈의 이름이 곧잘 일본 스포츠신문에 오르내렸다. 이들이 속해있던 주니치의 연고지 나고야에서는 이들을 모르면 나고야인이 아니라고 할 정도로 큰 인기였다. 도쿄에 살고 있는 일본인들도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우며 일본식 발음으로 썬, 리, 삼손이 최고라고 외쳤다. 이 세 사람 덕분에 주니치가 만년 꼴찌에서 우승을 했다는 것이다. 일본야구팬들의 평가처럼 이들의 활약이 없었으면 주니치의 우승은 어림없었다. 작년 1년 내내 뜨거웠던 주니치의 인기 또한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래서 이들 삼총사는 어디를 가나 일본팬들로부터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그런데 올해는 이같은 일본팬들의 열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고 있다. 아니 아예 관심조차 느껴지지 않는다. 비난보다도 더 무서운게 무관심인데 지금 일본팬들이 꼭 그렇다. 여기에는 선동열이 은퇴를 선언했고 이상훈은 미국 메이저리그로 떠나간 이유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주니치에는 이종범이 여전히 구슬같은 땀을 흘리며 연습을 하고 있지 않은가.
또 도쿄의 요미우리 자이언트에는 재기를 노리는 조성민과 지난달 입단한 정민철이 있다. 정민철은 일본의 국민적 영웅 나가시마 요미우리 감독이 가장 좋아하는 숫자 3이 들어간 30번을 백넘버로 달만큼 기대를 받고 있다.
TV에 매일 보도되는 각 구단의 연습캠프에서 정민철은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TV화면엔 정민철을 주의깊게 살펴보는 나가시마 감독의 표정이 자주 클로즈업되고 있다. 그때마다 나가시마 감독이 정민철에게 자신이 좋아하는 숫자를 백넘버로 선물했다는 현장 리포터의 설명이 곁들여지곤 한다.
하지만 정작 정민철과 같은 구단에 있는 조성민이나 주니치의 이종범에 대해서는 몇 번 모습을 비쳐 줬을 뿐 크게 다루지 않고 있다. 신문에서도 마찬가지. `주니치스포츠'는 노무라 감독이 맡고 있는 한신타이거스에서 이종범을 탐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국신문은 이토 주니치 구단 대표가 절대 그럴 리 없다며 잡아 뗐다고 보도했지만 사실은 이종범 트레이드를 염두에 두고 외국인선수인 딩고와 고메스를 영입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호시노 감독과 구단에 의해 실력과 자기관리 모든 면에서 일단 `아니올시다'로 찍힌 이상은 만년 2군이든지 타구단에 이적되든지 둘 중 하나라는 게 야구전문 기자들의 지적이다.
또한 나태한 생활, 부상 등 자기관리면에서 프로선수로서의 자질이 부족하다고 인식된 조성민의 입장도 이종범과 별반 다르지 않다.
"조성민도 맨처음에는 정민철보다 더 인기가 있었어요, 그런데 일본야구를 잘 아는 선배들로부터 조언을 듣지 못했어요. 일본야구에 대해서 공부도 부족했고. 만약 정민철이 한국에서의 스타의식을 완전히 버리지 못하면 이종범이나 조성민처럼 되는 건 시간문제입니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거죠. 한 2년간은 신인의 마음으로 야구를 해야 할 겁니다. 제2의 선동열 신화를 꿈꾸려면 말입니다."
재일동포 기자의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