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욕의 세월이 빚은 찬란한 슬픔 '캄보디아'
기사입력 2000년 03월 07일 14시 26분
"이걸 어떻게 지었을까?"
캄보디아 씨엠립시에서 자동차로 5분만 달리면 웅장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는 `앙코르 유적지'.
앙코르유적지는 예술성과 웅장미에 있어 고대 그리스신전과 로마의 콜로세움을 능가하는 `세계7대 불가사의'중 하나다.
앙코르의 문화유적지 가운데서도 돋보이는 걸작이 `앙코르와트'(거대한 사원이란 뜻).
크메르왕조의 전성기인 12세기에 수리야바르만 2세에 의해 사암으로 만들어진 이 사원은 7톤짜리 돌기둥이 무려 1800여개나 투입돼 만들어졌다.
앙코르와트를 중심으로 사방 수십㎞ 어디에도 도무지 그만큼의 돌이 있을 만한 장소를 발견할 수 없다는 점에서 왜 `불가사의'로 꼽히는지를 가늠할 수 있다.
앙코르와트 입구. `우주의 바다'라는 해자를 지나 첫번째 문을 통과하면 양쪽으로 커다란 사각형 못이 나온다. 이곳이 그 유명한 `물속에 비친 앙코르와트'를 감상할 수 있는 곳. 관광객들 대부분은 이곳에서 못에 반사된 앙코르와트를 배경으로 사진촬영을 한다.
앙코르와트 내부에는 거대한 세계가 군더더기 없이 표현돼 있다. 사원의 1층, 800@ 길이의 회랑 벽에는 힌두 서사시 `라마야나'와 `마하바라타'의 삽화와 앙코르의 역사가 자세하게 묘사돼 있다.
2층 회랑에는 불상이 전시돼 있고, 3층 중앙의 큰 탑 속에는 불상이 안치돼 있는데 특히 마지막 3층에 닿기 위해서는 폭이 좁고 가파른 계단을 철제 난간을 붙잡고 올라야한다.
4살짜리 꼬마에서부터 백발이 희끗희끗한 노인들까지, 아슬아슬하게 보이는 계단을 올라가는 모습 자체가 앙코르와트가 풍기는 유적지로서의 매력을 입증해주는 것.
감탄사가 절로 나는 부조(浮彫)로 장식된 앙코르와트지만 이곳에는 캄보디아가 겪어온 지난날의 아픔이 스며있다. 가깝게는 킬링필드의 망령에서부터 수많았던 외세의 침략과 내전으로 점철돼왔기 때문.
앙코르와트가 있는 씨엠립시 어디를 봐도 농사짓는 사람을 볼 수 없다. 현지인 가이드는 "농사짓는 법을 아는 사람은 모두 죽었기 때문"이라며 씁쓸한 웃음을 짓는다.
[씨엠립(캄보디아)＝김남형 기자 st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