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켓라운지] 50대 사령탑의 '동병상련'
기사입력 2000년 03월 07일 14시 07분
피바람일던 일본 전국시대에는 무사가문의 아버지와 아들이 같은 영주에게 충성을 바치지 않는 게 불문률이었다.
부자가 각기 떨어져 다른 영주 아래 `골육상쟁'의 전쟁을 벌여야 했다.
핏줄을 보전해야 하기 때문이다.
부자가 같은 편으로 전쟁터에 나갔다 지면 십중팔구 한가족이 몰살당해 대(代)가 끊어지기 마련이다.
삼보 최종규 감독은 8일 6강 플레이오프전을 앞두고 착잡한 표정으로 말했다.
"차라리 김인건 감독이랑 맞붙는 게 다행인지도 몰라요. 어쨌든 둘중에 한사람은 살아남아 4강전에 진출할 것 아닙니까."
김감독과 최감독은 10개구단 사령탑중 두명밖에 없는 50대 사령탑.
SBS 김인건 감독이 56세, 삼보 최종규 감독은 54세다.
30∼40대 팔팔한 사령탑들을 꺾고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두사람은 `50대 노장들의 마지막 자존심'이나 마찬가지.
비록 삼보와 SBS가 5라운드 안양경기 판정시비로 원수처럼 됐지만, 연배가 비슷한 두감독들은 평소 `동병상련'의 정을 느껴왔다.
게다가 두사람은 60년대 한국은행 소속으로 한솥밥을 먹으며 호형호제하던 사이다.
두사람 모두 4강에 올라갈 수 있다면 더 없이 좋겠지만 승부의 세계는 이를 허용하지 않는다.
다른 조로 엇갈려 둘다 6강전서 탈락할 수도 있는 `최악의 사태'를 피한 것으로 위안을 삼을 뿐이다.
[이백일 기자 maveric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