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속구 투수 쿠팩스 찬호 특별지도
기사입력 2000년 03월 07일 12시 39분
"몸을 컨트롤할 수 없다면 공을 컨트롤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If you can't control your body, you can't control the ball)".
LA 다저스의 전설적인 강속구 투수 샌디 쿠팩스씨(65)가 7일(이하 한국시간) 박찬호(27)에게 몸의 흔들림을 줄이는 방편으로 마운드 투수판 왼쪽 끝에서 공을 던질 것을 권유했다. 쿠팩스씨는 이날 박찬호가 불펜 피칭을 하는 20여분간 계속 곁에 붙어 양쪽 다리의 위치와 자세, 그립 등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가장 큰 주문 사항은 마운드에서 박찬호의 위치. 박찬호는 항상 마운드 투수판의 오른쪽 끝에서 공을 던지는 습관이 있다. 그런데 쿠팩스씨는 몸이 지나치게 흔들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왼쪽 끝에서 공을 던져볼 것을 권유했고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불펜 피칭이 끝난뒤 한국 기자들과 만난 쿠팩스씨는 "지난 시즌 찬호가 어려움을 겪었던 것은 투구 동작에 약간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특히 몸이 필요 이상으로 많이 흔들려 제구력 마저 흔들렸다"고 말했다. 그 해결책으로 쿠팩스씨는 투수판의 왼쪽끝을 밟고 피칭을 해 축인 오른쪽 다리가 흔들리는 것과 왼쪽 다리가 2루로 너무 열리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제시한 것.
쿠팩스씨는 "투구시 땅과 닿는 부분은 오른발뿐이며 오른 다리가 흔들리면 동작 자체가 모두 흔들리고 만다"고 지적한 뒤 "다리 동작의 교정과 함께 투수판 왼쪽 끝에서 볼을 뿌리면 흔들림을 방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케빈 브라운과 박찬호를 비교한 쿠팩스씨는 "브라운의 투구폼은 권장할 것이 못되지만 볼의 움직임과 몸의 컨트롤이 아주 뛰어나다"며 "찬호는 동작이 아주 뛰어난 반면 구질이 깨끗해 더욱 예리한 제구력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브라운은 항상 투수판의 왼쪽 끝에서 공을 던진다.
제구력만 갖추면 메이저리그의 `살아있는 전설'인 쿠팩스씨의 수제자로 손색이 없다는 박찬호는 피칭에 새로운 눈을 뜨고 있다.
[베로비치(미국 플로리다주)＝민훈기 특파원 hkmin＠earthlink.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