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이한 제작에 묻힌 배우들 열연 KBS `왕과 비'
기사입력 2000년 03월 06일 15시 11분
`왕과 비'는 흡인력이 대단하다.
특히 중견 탤런트들의 연기는 드라마의 인기 비결중의 하나다.
지난 4일 방송에서 폐비윤씨의 생모역인 여운계와 임사홍역인 임혁의 연기는 다시보고 싶을 정도로 빛났다.
임혁은 연산군에게 폐비의 이야기를 전하며 2분30초간 쉴새없이 대사를 이어갔는데 `과연 중견'이라는 탄성을 자아내게 했다. 녹화때 단 한번의 NG도 없어 스태프의 박수를 받았던 바로 그 신이었다.
하지만 몇가지는 `옥의 티'로 지적돼 아쉽다.
연산군이 인정전에서 술로 신하들을 조롱한 뒤 밖으로 나왔을때 마른번개와 천둥이 쳤다. 이어 폐비윤씨와 관련된 회상신에서도 천둥 번개가 등장했다.
드라마의 `극적인 효과'를 감안하더라도 지나치다는 느낌이다.
게다가 `왕과 비'는 과거에도 드라마의 반전이나 충격적인 이야기가 나올땐 빈번하게 `천둥 번개 효과'를 이용해 왔다.
성종의 후궁이었던 윤유선 김정난의 분장도 사실감이 떨어진다.
후궁들의 나이가 어리다 치더라도 과거 폐비윤씨와 득남경쟁을 벌였던 이들이 20여년 가까이 흐른 뒤에도 `그때 그 얼굴'로 보이는 게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
4일 방송에서 인수대비인 채시라의 오른 손을 쪼글쪼글하게 분장해 클로즈업한 것 까진 좋았지만 막판에는 `젊은 손'이 그대로 나와 비교됐다. 채시라의 "허"하는 코웃음도 자주 듣다보니 이젠 진 부하게 들린다.
드라마임에도 곧잘 고증시비에 오르는게 `사극'이다. 분장 소품 하나에도 꼼꼼하게 신경쓰는게 높은 관심을 보여주고 있는 시청자에 대한 서비스다.
[이유현 기자 youle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