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카사노바] 가짜 재미교포 사업가 (8)
기사입력 2000년 03월 06일 15시 11분
"김선생님은 왜 작품활동을 안 하시죠?"
"안돼요. 학교를 그만두고 노력을 해봤지만 작품이 안돼 포기한지 오래됐어요."
"아직 젊으신데 벌써 포기하다니. 좀더 노력해서 공모전에 출품해보시잖구요."
"친구분들이 국제미전 심사위원이시라면서요."
"그렇습니다."
"사실 학원을 차리고 싶어도 변변한 입상경력이 없어서 망설여져요. 그래서 말씀인데 제가 출품하면 친구분들께 부탁 좀 해주실 수 있을까요."
강성수는 한참 심각한 표정을 짓더니 무겁게 입을 열었다.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부탁해 보지요. 친구들이 아마 거절하지는 않을 겁니다."
"어머, 감사해요."
김숙경은 자신도 모르게 뛸뜻이 기뻐하며 강성수의 손을 덥석 잡았다. 강성수는 빙긋이 웃으며 손을 꼭 쥐고는 "걱정마세요"했다.
김숙경은 감격스러운 나머지 칵테일잔을 비웠고 강성수는 계속 주문해 권했다. 김숙경은 취하는줄 모르고 덥석덥석 받아 마셨다. 김숙경의 얼굴이 발개진지 오래다. 이제 혀가 꼬부라지기 시작했다.
"강회자∼앙니∼임. 저 좀 도와주세요."
"알았어요."
몇잔을 더 마시자 김숙경은 몸을 가누기 어렵게 됐다.
"이거 너무 취하셨군. 이래서 운전하실 수가 있겠어요. 우리 어디가서 좀 쉬면서 술을 깨고 가도록 합시다."
강성수는 김숙경을 부축해 부근 러브호텔로 들어갔다. 김숙경은 거절할 수가 없었다. 몸을 지탱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리고 졸려서 어디서든 눕고 싶기만 했다.
룸으로 들어서자 강성수는 김숙경을 침대에 눕히고 허물을 하나하나 벗겨나갔다. 김숙경은 팔을 허우적거리며 저항했으나 취한 몸으로 강성수의 손을 떨쳐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아니, 어쩌면 강성수를 받아들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성격차이로 남편과 이혼하고 매일 외로운 밤을 보내야 했다. 요즘 학원생들을 지도하는데 매달리다 그런대로 남자를 잊고 지냈다. 그러다 이성을 만났으니 받아들이고 있는 것인지도 몰랐다.
"어머, 강회자앙니∼임. 안돼요. 안돼요."
입은 그렇고 놀리고 있었지만 허우적거리던 팔은 동작을 완전히 멈췄고 눈은 꼭 감겨져 있었다.
강성수의 손놀림은 탄력을 받은듯 부지런히 움직였다. 드디어 상의가 모두 벗겨지고 탐스러운 가슴이 드러났다. 이어서 바지를 벗기고 마지막 포장까지 제거하자 알몸이 드러났다.
강성수의 능숙한 연주가 시작되자 김숙경의 입에선 콧노래도 같고 신음소리도 같은 "아∼안 돼∼요∼"소리가 흘러나왔다. 그 소리는 곧 "아∼아∼"로 바뀌었다.
그날밤 강성수는 김숙경에게 오랫동안 콧노래를 부르게 했다. 김숙경이 축 늘어지자 강성수는 김숙경을 품에 안고 잠들었다.
다음날 아침 김숙경은 커튼 사이로 스며드는 햇빛을 느끼며 잠에서 깨어났다. 머리가 띵했다. 눈을 떠 보니 벌거벗은채 강회장의 품에 안겨있는게 아닌가. 화들짝 놀라 일어나려 하자 강회장이 잠에 깨더니 김숙경을 꼭 끌어안았다.
"김선생, 나 외로운 사람이오. 상처한지 15년이나 됐오. 김선생을 처음 보는 순간 나는 한눈에 반해버렸오."
김숙경으로서는 그래도 낯선 남자라는 사실에 조금은 저항했다. 그러나 이미 섞어진 관계가 아닌가. 게다가 매일 밤마다 외로움을 달래야 했고 혼자사는 처지에 거리낄게 있겠는가. 강회장의 등을 껴안은채 `남성'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오랜만에 접하는 `남성'에 연신 환희의 `음'을 토해냈다.
일을 마친 둘은 땀을 흠뻑 뒤집어쓴채 나란히 누워 다시 깊은 잠에 빠졌다. 얼마를 자다 일어나 샤워를 하고 팔짱을 끼고 러브호텔을 나왔다. 해장국집으로 들어갔다.
"김선생도 외로운 사람처럼 보이는데, 혼자인 것 같다는 생각을 들었오."
김숙경은 고개를 숙인채 "네"하고 대답했다.
강성수는 "아, 그래"하며 반가운 표정을 지었다.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