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켓라운지] '취중각서 내밀면 허재 펄펄 뛸거야'
기사입력 2000년 03월 06일 14시 08분
`어느날 허 재 깽판, 최감독 LA'
얼핏 무슨 암호문같다.
가로 5㎝, 세로 10㎝ 종이에 휘갈겨 쓴 이 문구는 삼보 최종규 감독이 이번 포스트시즌서 철썩같이 믿고 있는 `부적'이다.
올시즌전 일본 전지훈련에서 최감독(54)과 플레잉코치 허 재(35)가 함께 쓴 각서의 내용인 것.
최감독의 설명을 곁들여 이 암호를 해독하면 이렇다.
`허 재가 유니폼을 입고 있는 동안, 최선을 다하지 않거나 실망스런 행동을 하면 최감독도 미련없이 사령탑직을 그만두고 가족들이 살고 있는 미국 LA로 떠나겠다'는 것.
이 각서에는 최감독과 허 재, 삼보 최형길 사무국장이 나란히 사인을 했다.
이런 내용이 알쏭달쏭한 암호식으로 씌여진 것은 당시 세사람이 일본 전지훈련을 거의 마치고 나고야의 한 식당에서 저녁식사를 겸한 반주로 거나하게 취한 상태였기 때문.
최감독은 8일 SBS와의 플레이오프 6강전 첫경기에 앞서 이 각서를 다시 한번 허 재에게 보여주고 분발을 이끌어낼 셈이다.
늘 각서를 지갑에 넣고 다니며 스스로도 각오를 다진다는 최감독은 언젠가 허 재가 어느 팀의 사령탑에 오를 때 기념으로 액자에 담아 선물할 생각이다.
"허 재가 이번 포스트시즌서 좋은 플레이할 거예요. 우리가 어떻게 한 약속인데 그걸 가볍게 넘기겠어요."
최감독은 음식점 영수증에다 휘갈겨 쓴 `부적'을 만지작거리며 벌써부터 게임리더 허 재의 탄력넘치는 플레이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이백일 기자 maveric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