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리뷰] 소년은 울지 않는다
기사입력 2000년 03월 05일 16시 57분
금년도 아카데미 영화상의 여우주연상과 여우조연상에 노미네이트된,
여성감독 킴벌리 피어스의 영화 '소년은 울지 않는다'.
이 영화는 관객의 가슴을 활짝 열게 한다.
그리고 다시 그 가슴에 인간을 향한 뜨거운 열정, 모험적인 인생과 사랑
에 대한 호기심을 불어넣어줄 정도로 울림이 큰 영화다. 개인적으로 가슴
에 눈물이 흘러 내리는 아픔을 느꼈다.
1993년 미국 네브래스카주의 링컨이라는 작은 도시. 주인공 티나 브랜든
(힐러리 스웽크)은 머리를 짧게 깎고, 남장에 청바지 차림의 소년 `브랜든
티나'가 되기로 마음을 먹는다. 그녀는 단지 `여자의 몸에 갇힌 남자'의 구
실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소년'이라고 믿고, 그 신념에 따라 행동
할 뿐이다.
폴즈시티에서 만난 라나(클로이 세비이니)란 여성과 `느낌이 통하는' 아
름다운 사랑에 빠진다. 이미 라나에게는 존이라는 남자가 있는데 브랜든
은 그의 질투심에서 격발된 권총에 의해 21살의 나이로 살해당한다.
서로 함께 어울리다가 자신에게 불리한 경우,
그 악마성을 드러낸 편견과 증오범죄의 희생자가 되고만 것이다.
범죄의 배경에는 남장여자로서의 레즈비언, 동성애자, 양성애자를 적대시
하는, 사회적으로 잘못된 가치체계와 관습이 작용하고 있다. '사회적 통
념'을 무시한 것이 과연 죽을 죄인가.
라나는 여러 남자를 만났지만, 그녀
의 진정한 사랑은 브랜든 뿐이었음을 확신한다.
영화에서 라나의 역할은
극의 감정을 이끌어가는 핵심부분이다. 자신의 사랑을 소중히 여기다 숨
진 브랜든을 향한 라나의 절규가 오래도록 뇌리에 남는다. 영화는 뒤로 갈
수록 관객의 선한 마음을 분노의 감정으로 바꿔놓을 만큼 설득력 있고, 흡
인력도 강하다.
금기의 벽을 넘지못한 이 비통한 러브스토리의 주인공 역할을 맡은 힐러
리 스웽크와 클로이 세이비니의 연기는 매우 훌륭하다. 간결한 대사, 조작
된 감동을 거부하는 쿨(Cool)한 각본, 인간의 숨소리를 박진감있게 담아
낸 카메라, 사건의 본질을 꿰뚫는 연출감각이 충격과 감동을 제대로 이끌어
냈다.
'소년은 울지 않는다'는 1993년에 있었던 실제사건을 영화화한 것이
다. 같은 해 미국에서는 모두 7589건의 증오범죄가 발생했다. 당신의 가
슴에 화인(火印) 으로 남을 이 영화는 미국 인디펜던트 시네마의 정신이 여
전히 건재함을 보여주고 있다.(11일, 시네코아 녹색 씨네하우스
등)
[영화평론가 양윤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