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호진의 연극세상 '6회 한국뮤지컬 대상에 부쳐'
기사입력 2000년 03월 05일 15시 22분
요즘에는 양상이 많이 달라지기는 했지만 공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치고 돈에 욕심 있는 사람은 드문듯 하다. 나만해도 우리회사 운영위원들과 직원들의 뜨거운 눈총을 받아가면서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명성황후' 해외공연을 강행한 것은 물론 아직도 빚이 수억에 달함에도 공연 때마다 작품의 수정 보완에 계산 않고 돈을 퍼부어 기획하는 직원들의 골치를 아프게 하고 있다.
`명성황후'만 해도 초연당시 12억원의 제작비가 들었는데 지금까지 수정 보완하면서 들어간 돈만 30억원을 육박한다. 물론 나야 좀 무리하게 추진하는 동키호테적인 성향이 짙기는 하지만 돈에 관여치 않고 공연문화 활성화를 위해 인생을 바치는 연극인들이 우리 주위에는 적지 않다. 단적인 예로 후배 유인촌을 들 수 있다. 가산을 홀랑 털어 강남에 300석의 극장을 짓고 연극발전에 온 정열을 쏟고 있는, 정말 쉽지 않은 길을 걷고 있는 진정한 연극인중 한사람이다.
먹고 사는데 지장만 없다면 박봉이라도 하고픈 일을 하면서 연극을 위해 한평생 살아보자는 배우들이 아마 거의 대부분일 것이다. 이 얘기를 하는 이유는 공연에 관계된 `상' 얘기를 하기 위해서다. 자신의 인생을 바쳐가며 문화발전에 이바지하는 사람들에게 돈보다 더 큰 격려가 되는 `상' 말이다.
해외의 유명한 연극상으로는 미국의 토니상, 영국의 올리버상이 있다. 이 상들은 오랜 전통과 권위를 갖고 있기도 하지만, 세계적으로 공연을 활성화하는데도 큰몫을 하고 있다. 요즘들어 특히 뮤지컬 분야의 수상과 영향력이 두드러지고 있는데, 이것은 세계적인 공연문화 성향과 맞물린다.
이런 추세에 맞추어 한국 뮤지컬을 총정리하는 `제6회 한국뮤지컬대상' 시상식이 오는 21일 열려 관심을 끈다. 사실 한국 뮤지컬이 시작된 이래 뮤지컬을 위한 시상식이 부재했던 것이 사실이고, 스포츠조선이 뮤지컬보기운동과 이 시상식을 운영해 오면서 뮤지컬 저변 확대에 큰 공헌을 해왔다고 생각한다. 나처럼 `명성황후'와 같은 작품을 만들어 공연문화 저변 확대에 힘쓰는 사람들도 있어야겠지만, 이런 시상식을 마련하고 운영한다는 것 또한 얼마나 소중하고 의미있는 일인지 모른다. 뮤지컬 제작에 종사하는 내게 이런 모임의 소식은 분명 흥분되고 설렌다.
이번에 특별히 시상식을 포함해 5일간 `아이 러브 뮤지컬'이라는 제목으로 의미 있는 공연을 갖는다기에 더욱 그렇다. 앞으로도 이런 공연기간을 계속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에이콤이 제작했던 젊은 뮤지컬 `페임'을 비롯하여 `난타', `라이프', `태풍', `레미제라블' 등 국내 최고의 뮤지컬 작품들을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으며, 뮤지컬계의 대모 윤복희를 비롯하여 김민수 김성녀 남경주 남경읍 박상원 박철호 유희성 강효성 이정화 임선애 전수경 주원성 허준호 등 뮤지컬과 인연을 맺고있는 유명 배우들이 대거 등장한다. 아무쪼록 성대한 뮤지컬 가족모임이 되길 바라며 지속적인 발전을 통해 한국 뮤지컬을 대표하는 권위 있는 시상식으로 발전하길 빈다.
[연극연출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