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 신드롬' 올시즌 화제
기사입력 2000년 03월 05일 14시 41분
올해는 또 어떤 스타가 어떤 모습으로 팬들을 열광시킬까. 희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선수협 파동과 시드니올림픽. 언제라도 프로야구 열기를 위축시킬 수 있는 악재다. 이런 걸림돌을 극복하지 않고는 프로야구가 새천년 진정한 국민스포츠로 자리잡기 어렵다.
올시즌 1천만 야구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프로야구 화제들을 시리즈로 엮는다. [편집자 주]
세기말 프로야구는 삼성 이승엽(24)의 독무대였다.
여드름 자국이 채 가시지 않은 풋풋한 청년의 방망이에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촉각을 곧두세웠고, 출근길 직장인들이 "엊저녁 또 홈런을 쳤어"라는 말로 아침인사를 대신할 정도로 `이승엽 신드롬'은 전국을 강타했었다.
일본 오사다하루(王貞治)가 지난 64년 수립한 아시아홈런기록(55개)에 1개 못미친 이승엽의 54홈런은 전년에 비해 관중을 58만1505명이나 더 끌어들이는 흡인력을 발휘했다. 총 입장관중은 322만624명.
사회 경제적으로도 큰 영향을 미쳐 TV 정규뉴스 시간에 이승엽의 홈런소식이 전해지는가 하면 모 증권사는 이승엽의 홈런퍼레이드에 맞춰 `삼성 홈런왕 주식형 펀드'라는 신상품을 내놓기도 했다.
새천년 첫해의 프로야구 운명도 이승엽의 방망이 한자루에 달려있다. 선수협 파동으로 프로야구 전체가 몸살을 앓고 있고, 가을에는 시드니 올림픽이 열린다. 프로야구로선 큰 악재를 만난 셈이다.
시즌 초반부터 팬들의 눈길을 붙잡아 둘 필요가 있다. 그 대임이 이승엽의 차지인 것은 두말할 나위없다. 아직까지 이승엽을 능가할 만한 스타가 눈에 띄지 않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가능성은 충분하다.
선수협 파동을 겪으면서 가슴에 큰 멍이 생겼지만 미국 전지훈련을 통해 흐트러진 정신력을 가다듬었다는 평가다. 스스로도 "다시한번 프로야구 열기를 일깨울 자신이 있다"고 말할 정도.
기술적으로는 더이상 설명이 필요없다. 오늘의 이승엽을 만든 백인천 인스트럭트(전 삼성감독)마저 "이승엽에게 타격기술을 가르친다는 것은 의미가 없다. 그저 지켜볼 뿐"이라며 평가를 주저할 만큼 이승엽의 기량은 절정에 올라있다.
걱정스런 구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선수협 불참으로 파생된 갈등이 불거진다면 이승엽의 홈런퍼레이드는 주춤할 수 밖에 없다. 다행히 선수협 선수들이 일찌감치 이승엽을 비롯해 미가입 선수들을 향해 변함없는 `동료애'를 밝혀 한시름을 놓을 수 있다.
올시즌 `이승엽 신드롬'의 목적지는 분명 아시아홈런신기록이다. 지난해 눈앞에서 아깝게 물거품이 된 까닭에 이승엽의 방망이에 쏠리는 눈길은 그 어느때보다 간절하다. "몇개를 쳐야 팬들이 납득할까요"라고 되물을 정도로 이승엽도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
그러나 이승엽은 지난달 3억원에 연봉계약을 하는 자리에서 "부담감은 매년 내가 극복해야될 짐이다. 정신만 차리면 지난해 이상의 성적을 올릴 수 있다"며 그답지 않게 큰소리를 쳤다. 올시즌 `제2의 이승엽 신드롬'을 기대하라는 뜻으로 해석하면 너무 앞서나가는 것일까.
[권정식 기자 jskw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