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수첩] 베테랑투수 의연함 역력
기사입력 2000년 03월 05일 14시 38분
외견상 성적은 실망스럽다. 2이닝 동안 2실점(1자책) 4구 2개, 삼진은 없었다. 홈런도 하나 맞았다. 패전 투수도 됐다.
그러나 박찬호(27．LA 다저스)는 경기가 끝난 뒤 상당히 고무돼있었다. 시범경기의 결과보다는 몸 상태와 페이스 조절이 진짜 중요한 것인데 그것들이 너무 좋다고 말했다. 공을 던질수록 점점 몸이 살아난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사실 박찬호의 공은 이날 상당히 위력적이었고, 타자들의 방망이가 밀리는 경우도 빈번했다.
힘이 넘쳐 오히려 제구력이 흔들리는 기미는 있었다. 선발 자리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경기 결과에 따라 웃고 울던 과거의 모습과는 판이한 차이를 보였다.
정규시즌 성적과는 아무런 연관도 없는 시범경기의 결과에 연연하기 보다는 컨디션 조절의 방편으로 시범경기를 활용한다는 베테랑 투수의 의연함을 역력히 보여줬다.
지난시즌 뭔가 보여주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범경기 초반부터 절정의 컨디션으로 최고의 구위를 뽐내다가 정작 정규시즌에 들어서자 페이스가 떨어져 고전했던 쓰라린 경험을 쌓은 박찬호는 믿음직한 여유를 보여주었다.
"체인지업의 완성과 편화된 투구폼을 완전히 몸에 익히는데 주력하겠다"는 박찬호는 "다음 경기때 더욱 좋은 모습을 보일 것"이라며 자신있게 웃었다. 시범경기에서 무섭게 잘던진 지난해보다 오히려 믿음직스럽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