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독한 훈련받는 스크린 스타들
기사입력 2000년 03월 03일 15시 18분
요즘은 영화배우하기도 참 어렵다. 어설픈 연기는 절대 사절이다. 대역도 좀처럼 쓰지않는다.
전문가에게 몇일 교육쯤 받는 것은 기본이다. 합숙 훈련, 훈련소 입소까지 한다.
송강호. 편하게 연기할 팔자가 아닌가보다. `쉬리'때도 그렇게 고생을 하더니 `반칙왕'에선 아예 석달간 `울트라 하드 트레이닝'을 받았다. 백드롭, 크로스 라인, 코브라 트위스트 등을 현란하게 펼쳐보인 송강호의 열연에 힘입어 `반칙왕'은 2일 현재 서울에서 60여만명을 동원하며 순풍.
"이제 좀 편하게 지낼 수 있나보다" 했더니 차기작인 `J.S.A'(박찬욱 감독－명필름 제작)에서 별 훈련을 다 받으란다. 북한군 병사 역에 걸맞게 북한에서 귀순한 작가 정성산씨에게 북한말 훈련을 받으라는 것. 송강호의 고향은 부산이지만 군 생활을 강원도에서 한 덕분에 원래 말투가 북한 사투리와 흡사하지만 이 정도론 안된다. 입에 침이 마를 정도로 연습을 하고 있는 송강호는 "차라리 몸이 힘든게 낫다"고 하소연이다.
고생이라면 신현준도 만만치 않다. `비천무'에서 자객 자하랑 역할을 맡아 홍콩 전문 무술팀으로부터 훈련을 받은 신현준. 두달여간 고난도 무술 연기에 시달리다가 다리 좀 뻗고 자려고 했더니, 이번엔 소방학교에 입소하란다. `싸이렌'(이주엽 감독－선우프로덕션 제작)에서 구조대원 역할에 캐스팅된 `덕분'이다. 신현준은 동료 소방대원으로 캐스팅된 정준호와 6일부터 3박 4일 동안 경기도 남양주에 있는 소방 학교에 입소, 화재진압에 필요한 실전훈련을 받는다.
가요계의 톱스타 유승준도 예외는 아니다. `제이슨 리'의 3월 말 크랭크 인을 앞두고 6∼9일 해병 1사단의 특별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유승준은 담력을 키우기 위한 심야 산행에서부터 시작해 다양한 특공 무술을 익힌다. 격봉과 공수훈련, 해안에 있는 가상의 적 기지를 점령하기 위한 침투 훈련까지 한다.
현재 제주도에서 촬영이 한창인 `단적비연수'(박제현 감독－강제규 필름 제작)의 김석훈 설경구 최진실 김윤진도 크랭크인 전에 한달여간 검술, 승마 등을 훈련받았다. 이미 `쉬리'때 `쓴 맛'을 본 김윤진은 "강제규 필름은 사전 준비를 무척 꼼꼼히 하는 편이다"며 "철저한 준비가 좋은 결과를 낳은 것을 이미 봤기 때문에 아무리 힘든 훈련이라도 당연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마지막으로 `비밀'(박기형 감독－다다 필름 제작)의 김승우. 단 한장면을 위해 스킨스쿠버 전문가 최준석씨에게 올림픽 수영장 등지에서 두달간 하루 3∼4시간씩 훈련을 받았다.
이 덕분에 김승우는 최근 호주 로케이션에서 전문가도 참기 힘든 4.5@ 수심 촬영을 해냈다. 호주 촬영 마지막 날인 지난달 24일이 하필 생일이었지만 미역국도 못 얻어먹고 15시간동안 강행군을 한 것.
"물에서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도록 훈련을 한 덕분에 만족스럽게 연기를 한 것 같다"는 김승우는 "극장까지 나를 보기 위해 찾아온 관객을 위해 내가 준비할 수 있는 선물"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영화의 발전.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전상희 기자 fro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