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장외] 현대 '가위손' 김민범
기사입력 2000년 03월 03일 14시 48분
브래든턴 현대 전훈캠프의 `가위손'은 왼손 투수 김민범이다. 그가 `가위'를 놀리지 않았다면 유니콘스 선수들은 객지생활 한달반 동안 모두 삼손이 됐을 터. 김민범은 전훈기간 내내 동료 선수들의 머리를 시원하고 깔끔하게 깎아준 아르바이트 이발사다.
지난해까지는 왼손 투수 김익재가 브래든턴의 `가위손' 노릇을 했다. 올해는 김민범이 그 자리에 발탁돼 이곳 캠프에 도착하자 마자 매니저로부터 가위가방을 받았다. 군복무 시절의 이발사 경험이 알려진 덕분.
그래봐야 옆머리와 뒷머리밖에 손대지 못한다. 답답한 김에 머리를 내맡기긴 하지만 끝까지 `스타일'을 찾는 선수들이 여간해선 앞머리를 내놓지 않는다. 그러나 김민범은 제법 솜씨있는 이발사. 가위질이 능란하고, 커트선도 말끔하다. 아직까진 손님이 앙앙 울어대는 `사고'도 일어나지 않았다.
굳이 단점을 꼬집자면 창의력이 약간 부족하다는 것. 그에게 머리를 깎인 손님들을 일렬로 늘어세우면 뒷모습이 모조리 똑같다나. "머리통이 모두 다르게 생겼는데 어쩌면 기막히게 형제를 만들어놓는다"는 위재영의 감탄이다.
제 머리는 깎지 못했다. 김민범은 한달만에 미장원에 갈수 있는 5일(한국시간) 귀국날짜가 코앞에 다가와 싱글벙글이다.
입 싹씻고 일어나는 선수들도 더러 있지만, 대부분은 이곳 `미국법'에 따라 1달러에서 많게는 10달러까지 팁을 줬다. 총수입은 밝히기 곤란할까. 전훈 마지막 휴일이었던 1일 김민범은 인근 쇼핑몰에서 선글라스를 하나 샀는데 "그 값은 벌었다"고 한다.
[브래든턴(미 플로리다주)=이승민 특파원 cjminni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