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경찬씨 벤처형 문화펀드 엔터테인먼트사 설립
기사입력 2000년 03월 02일 15시 23분
"돈을 벌겠다고 생각하면 안됩니다. 문화사업은 정신이 우선입니다."
뮤지컬에 푹 빠져 아예 손발 걷어붙이고 나선 기업인이 있다.
한길그룹 손경찬 회장. 경남창투와 한길인베스트벨류를 주축으로 하는 손회장의 한길그룹은 이달 중순 자본금 20억원을 투자해 `벤처형 문화펀드' 한길엔터테인먼트(대표 설도윤)를 출범시킨다. 지난해 삼성영상사업단의 해체와 삼부파이낸스의 부도로 `기업과 공연예술의 접목'이 끊긴 시점에서 다시 새로운 불씨를 지피는 것이다.
손회장은 사실 뮤지컬계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는 `마당발'이다. `10년 뮤지컬팬'으로서 `뮤지컬에서 일하는 사람치고 그가 산 밥 한그릇 안먹은 이가 없다'는 말이 나돌만큼 막후에서 배우와 스태프를 챙겨왔기 때문. "밥값만 4억원을 썼다"는 그의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경북 영덕출신으로 쩌렁쩌렁 울리는 경상도 사투리가 인상적인 손회장이 뮤지컬을 처음 접한 것은 지난 90년. 영덕군의회 의원으로 일하던 그는 부산에서 `브로드웨이 42번가'를 보면서 춤추고 노래하고 연기하는 배우들의 에너지에 찡한 감동을 느꼈다.
그러나 공연이 끝나고 소주값이 없어 포장마차 앞을 배회하는 배우들을 보면서 화려한 무대뒤의 열악함에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이때부터 부산 대구 울산 등지에서 뮤지컬공연이 열리면 만사를 제치고 달려가 배우와 스태프를 격려하는데 정성을 아끼지 않았다. 한길엔터테인먼트 대표를 맡은 설도윤 전 TNS대표와도 이 무렵 인연을 맺었다.
"분명 좋은 작품이 있습니다. 그런 작품을 찾아 투자를 하고 그래서 새로운 관객을 창출하는 것만이 현재 공연계에 닥친 위기에서 탈출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스스로 `미치지 않고는' 이런 일을 할 수 없다는 손회장. 그의 꿈은 소규모 이동극장을 만들어 군단위까지 전국을 순회하며 더 많은 사람들에게 예술을 접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주는 것이다.
이달말 법인화를 완료하는 한길엔터테인먼트는 올해 하반기 창작 뮤지컬 1편과 기존 뮤지컬 2편에 투자한다. 아울러 영상과 음반, 매니지먼트 등으로 차차 영역을 넓힐 계획이다.
[김형중 기자 h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