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가 이러쿵 저러쿵] 연예계 3대 학파
기사입력 2000년 03월 02일 14시 49분
연예계에는 `3대 학파'가 있다. 서울예대, 중앙대 예술대학, 동국대 예술대학이 바로 그들. 가수, 탤런트, 영화배우 등 연예계 전반에 포진한 이들은 출신학교를 중심으로 끈끈한 인간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연예계를 이들 세 학교 출신 연예인이 분할통치하고 있다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닌 듯 싶다.
물론 과거처럼 `학연'이나 `지연'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는 시대가 아니지만, 연예계 또한 `학연'이라는 끈의 작용을 무시 못한다.
몇 해 전의 일이다. 구수한 입담으로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는 작가 K씨가 드라마 한 편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는 서울예대 출신인데, 당시 다른 학교 출신인 방송국 고위층이 그를 못마땅하게 여겼다고 한다.
`없다'라는 부정적인 단어가 들어간 제목을 올렸는데, 사장의 거부로 결국 `있다'라는 긍정적인 제목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또 출연자들 역시 자신의 출신학교 동창들 교체하라는 압력을 넣기까지 했다고 한다.
어쨌든 `방송국에 돌을 던져 10명이 맞으면 그 중 5명은 서울학파'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서울예대 출신은 연예계 전반에서 맹활약 중이다.
특히 잘 나간다는 개그맨들과 개그우먼은 대부분 서울예대 출신들이다. 만일 이들이 맘먹고 단체로 출연거부를 하면 아마도 3개 방송국 개그프로그램은 심각한 제작 차질을 빚을 정도다.
학교에 다닐 때부터 워낙 끈끈한 정으로 뭉쳐있다보니 선후배간의 위계질서도 확실하다.
그런 탓에 방송가에 `최민수 신드롬'을 일으킨 표인봉 역시 방송에 나와 `최민수 선배'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했을 정도다.
여기에 뒤질세라 중앙대 출신의 중앙학파도 만만치 않다. 주로 연기자들이 많다. 고참 연기자를 비롯해 신세대 연기자까지 고르게 포진하고 있다.
연기자 뿐만 아니라 PD와 영화감독을 비롯한 제작 스태프들 등의 전천후 연예직군에 고르게 포진, 눈에는 잘 보이지 않지만 서로 밀어주고, 끌어준다. 또 동문끼리 수시로 모임을 갖는 한편 재학중인 후배들에게 전용극장을 마련해주는 등 학교사랑도 남다른다.
여기에 비해 동국대 출신들의 `동국학파'는 수적으로는 적지만 대형 스타를 많이 배출했다. 선후배간의 연대 의식이 끈끈하기로도 정평이 나있다. 박신양의 데뷔 동기가 김혜수의 추천일 정도로 드라마나 영화에 캐스팅을 할 때 선후배간에 서로 밀어주고 당겨주기로도 유명하다.
3대 학파와 함께 최근 뛰어난 연기력을 바탕으로 새롭게 세를 모으고 있는 한양대 출신들도 있다. 연극계 진출도 활발한 편인데 연극을 통해 연기력을 쌓은 후 방송에 데뷔하는 실력파들이다.
어쨌든 드라마나 영화의 출연자와 제작진의 프로필을 자세히 살펴보면, `학연'의 위력을 새삼 느끼게 된다.
글:이문성[영화기획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