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장외] 현대 캠프의 '쓸데없는 걱정'
기사입력 2000년 03월 02일 14시 02분
브래든턴은 전훈캠프 기간중 제철을 맞는 인근의 아울렛 쇼핑몰로 유명하다. "야구장 말고는 볼게 없다"고 투덜대는 현대 선수들도 괜찮은 상표의 옷가지를 값싸게 쇼핑할수 있다는 장점에는 고개를 끄덕거린다.
그러나 현대 박경완은 "올해 쇼핑은 망쳤다"고 입을 내민다. 첫 휴식일에 맘먹고 아울렛에 나갔다가 깔끔한 푸른색 점퍼를 골랐다. 들뜬 기분도 잠시. 어디서 나타났는지 정민태가 냉큼 똑같은 점퍼를 집어들었다. "똑같은 옷을 입고다니는 건 민망하다"는 후배의 성화에 능글맞은 정민태는 "역시 맘이 꼭 맞는 배터리"라며 딴청. 쓸데없는 걱정이란다. 박경완이 푸른색 점퍼를 입는 날엔 자신은 옷을 뒤집어 흰색 점퍼로 만들어 입겠다고 약속했다.
지난해 11월 등산길에 발목을 삐끗했던 김수경은 당시 전치 6개월의 진단을 받았다. 웬걸, 젊음이 무기라더니 눈깜짝할 새 뼈가 찰싹 붙었고, 지독하게 재활에 매달린 덕분에 일찌감치 공을 쥐었다. "너무 빨리 일어나 오히려 불안해요. 정말 이래도 되는 건지…." 쓸데없는 걱정이 됐다. 막상 실전피칭을 시작하자 디딤발인 왼발목 부상의 결과는 `전화위복.' 자신도 모르는새 발목을 신경쓰는지 키킹 동작이 신중하고 정확해져 오히려 폼이 교정됐다.
"우리팀이 서울로 옮긴다구요?" 어렴풋이 바다 건너 연고지 이동 소식을 전해듣고 위재영은 고민을 시작했다. "우리 식구는 복잡한 도시가 체질에 안맞는데…." 꼭 서울로 이사해야하는지, 인천에서 출퇴근하면 어떨지 꼼꼼하게 계산이다. 아직은 쓸데없는 걱정. 현대가 당장 짐을 쌀 가능성은 가물가물하니 말이다.
[브래든턴(미 플로리다주)＝이승민 특파원 cjminni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