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인지업] 맥빠진 직구…타이밍 맞추기 힘든 구질
기사입력 2000년 03월 01일 14시 32분
체인지업은 `맥빠진 직구'라고 보면 된다. 팔의 회전은 직구보다 빠르지만 공을 놓고 난 뒤 팔로스로의 속도가 뚝 떨어진다는 게 특징이다.
직구보다 보통 10~20㎞ 정도 느리기 때문에 타자들이 타이밍을 맞추기가 까다롭고, 설령 때린다 하더라도 좋은 타구가 나오지 않는다.
타자는 직구라고 철석같이 믿고 젖먹던 힘까지 짜내지만 방망이를 돌리고 나면 허탈해지는 아주 짜증나는 볼이다. 몸의 뒤틀린 상태, 팔의 동작과 회전 속도 등이 영락없는 직구라 빤히 보면서도 속을 수밖에 없다.
투수가 던지는 공을 타자가 파악하지 못한다는 데 이보다 더한 매력이 어디 있을까.
던지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직구와 똑같이 공을 손에 깊숙이 넣되 약간 느슨하게만 쥐면 된다.
공을 느슨하게 잡기 때문에 체력소모가 적다는 것도 하나의 매력이다.
박찬호를 비롯한 모든 투수들이 기를 쓰고 체인지업을 `내 공'으로 삼고자 노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공을 잡는 법도 참 다양하다.
실밥을 가로질러 새끼손가락은 공의 옆면에, 약지와 중지는 윗면에, 그리고 엄지와 검지는 원으로 만들어 새끼손가락 반대쪽에 갖다 대고 시계 반대 방향으로 회전을 주는 `서클 체인지'가 있다. 이 공은 오른손 타자의 안쪽으로 약간 휘면서 떨어진다.
이밖에 엄지와 새끼손가락을 공 밑에, 가운데 세 손가락을 공 위에 놓고 던져 홈 플레이트 부근에서 가라앉게 하는 `세 손가락 체인지', 검지와 중지를 공 위쪽에, 엄지를 공 밑에 실밥과 나란히 놓고 손바닥과 공사이를 최대한 띄우는 `손끝 체인지' 등이 있다.
[최재성 기자 kkachi＠]
